나는 깊은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고래였다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깊은 바다속에 잠들어 있던 고래였다>란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임을 느꼈다. 원대한 꿈을 향해 푸른파도를 헤치며 망망대해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야 할 고래가 잠들어 있다? 그것도 깊은 바다속에서? 분명히 신나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닐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책장을 넘기자 마자 시작되는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 몇몇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첫장면과 비슷하다. 구질구질 비오는 날의 검정옷들을 입고 검정우산을 쓴 사람들, 공동묘지와 관, 꽃과 빗물, 슬픔과 음산함이 어느 영화와 똑같다. 아마도 저자는 영화를 보고나서 이 책을 쓴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무진장 애를 쓰는 주인공 발테르. 그는 모든 것의 해답과 실마리는 어린시절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처럼 저자는 독자들을 발테르의 어린시절로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삶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청소년기를 거쳐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성장환경의 변화가 인격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과 내면의 세계를 저자의 눈과 입, 귀, 가슴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저자는 주인공 발테르의 성장과정을 불, 땅, 바람이라는 3가지 테마로 분류하였다. 첫 번째 테마인 ‘불’에서는 발테르의 어린시절과 유년시절의 삶을 그려낸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어머니와의 한지붕 세가족. 부모의 따스한 사랑과 존중과 이해를 전혀 받아보지 못한채 어린시절을 보내게 된다.

 

장식장에는 부모님이 어린 나를 안고 웃고 있는 사진이 놓여 있지만, 과거를 떠올려 보아도 그 집에서 행복과 비슷한 어떤 것이 존재했던 순간은 단 한번도 없었다.<중략>. 우리집에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이 두사람은 벽과 신발처럼 무덤덤했다. 그러다가 세 번째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는 다시 또 다른 무엇, 예를들면 삽 같았다. 그리하여 벽과 신발, 삽이 한지붕 밑에서 함께 살았다.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19쪽-

두 번째 테마인 ‘땅’에서는 친구 안드레아와 함께 치료소를 나와 서로 다른 인생길을 걷기위해 안드레아와 헤어진다. 발테르은 로마에서 작가의 길을 걸으면서 또 다른 인생길을 걷는다. 난생처음 어떤 여자와의 만남을 통해 사랑도 하게된다. 그러나 역시 사랑에 매말라 있었지만, 사랑을 주고 받는 것에 익숙치 않았고, 세상이 호락호락 주인공편에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세 번째 테마인 ‘바람’에서는 패배자가 되어 임종을 맞는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평생을 증오하던 아버지와 죽음의 순간 극적으로 화해 한다.

잠깐동안 아버지의 눈은 맑게 빛났다. 난 아버지의 그런 눈빛을 그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중략>. “아버지.....” 나는 계속 아버지를 불렀고 어떻게 눈물을 거두어야 할지 몰랐다. 옆 환자의 딸이 갑자기 내게로 왔다. “아버지를 굉장히 사랑하셨나 봐요. 그렇죠?” 그려가 나를 위로하려고 애쓰며 물었다. “아니오!” 내가 소리쳤다. “증오했어요. 항상 증오하기만 했어요. 그래서 우는 겁니다.” -269쪽-

아버지의 장례식, 책의 맨앞에 나오는 부분, 영화의 첫장면을 연상케하는 이 책은 주인공 발테르의 또 다른 인생을 찾게 만든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뒤 가장 친했던 안드레아를 찾아가기만 안드레아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어 있었다.

끝내 자신의 삶과 화해하지 못한 안드레아는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삶과 화해한 주인공 벨테르는 이레네 수녀를 만나 그녀의 도움으로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찾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레네 수녀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 보면서도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잠자고 있던 영혼을 발견하게 된다. 스스로 깊은 바다속에 잠들어 있던 고래를 깨운 것이다.

갑자기 내 눈앞에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버지였다. 아버지뿐이 아니었다. 그 뒤에 어머니가 있었고 안드레아, 네노, 페데리코, 오리오, 오르사가 있었다. 주름살투성이인 이레네 수녀님의 조그마한 몸도 있었다. 이레네 수녀님 다음에 내가 있었다. 먼 옛날 우리는 모두 알몸에 무방비 상태였고, 허약하고 몸시 놀란 상태였다. 그날 우리의 눈빛은 똑같았다. 편견이 제거되고 기쁨으로 빛나는 눈이었다. 그 모습속에 고통스러운 어떤 것, 나의 내부에서 불타오르던 무엇인가가 있었다. ‘서로에 대한 미움을 없애려면 이런 모습들을 모기만 하면 돼.’ 나는 산을 계속 오르며 생각했다. 만약 내가 술주정뱅이가 아니라 갓난아기였던 아버지를 기억했다면 모든 원한은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내가 느낄 수 있었을 유일한 감정은 감동뿐이었으리라. 임종시 아버지의 머리맡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감동.....

-353쪽-

이제 영화가 끝났다. 우르르 몰려나가는 관객들을 보면서 아직 꺼지지 않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바라보면서 그 짧은 순간, 주인공 벨테르의 기나긴 여정을 다시한번 음미해 본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딸이 기다리고 있는 포근한 나의 집과 고향땅에 계신 부모님들을 생각하면서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하나님 말씀에 답답했던 가슴을 활짝 열고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드는 책.

바로 '수산나 타마로’의 <나는 깊은 바다속에 잠들어 있던 고래였다>. 주인공 벨테르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들 곁에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다시한번 깊히 생각해야 할 시간인것 같다. 이처럼 이 책은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그것이 어느 영화와 똑같은 이 책의 새로운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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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북 2007-12-06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멋진 독자님 당신의 글중에 가족을 생각하며 기뻐하라, 감사하라 .정말 감사합니다. 책이 담고 있는내용을 깊이 생각하는 독자가 있으니 저희들은 행복합니다.가족을 친구를 사랑하지 못해 아니 증오심으로 인생을 허비함에 절규하는 날이 없기를 바래봅니다.하나님 사랑이 활짝 열린 마음에 함께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