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리스천 채식주의자 - 《채식주의자》가 던진 질문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장대은 지음 / 세움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채식주의자>를 보고 ‘어? 예전에 읽었었던 것 같은데?’ 하며 희미해진 기억 속을 파헤쳤다. 교과서에 실린 본문이었던 걸까, 선생님이 내주신 독후감 방학숙제였던 걸까, 그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를 처음 접하게 된 게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읽었던 바로 그 책의 저자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게 마냥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 이후로 너도나도 한강 작가의 작품에 다시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할 때 나만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았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 정도는 읽어야 하지 않나 하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와중에 <크리스천 채식주의자>를 접하게 되었다. <크리스천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교회와 기독교적 신앙에 접목시키면서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고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채식주의자>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복습’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기독교적 성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심지어 한손 안에 들어오는 작고 얇은 책이라 부담을 갖지 않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채식주의자>의 3부에 따라 <크리스천 채식주의자>도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마다 책의 간략한 요약, 등장인물 소개, 그리고 이어서 그 장에 해당하는 기독교적 성찰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에는 생각할 수 있는 질문들로 마무리한다.
한강 작가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for 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 the fragility of human life)”으로써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채식주의자>를 통해 고통받고 소외된 우리 주변의 영혜들을 보게 하듯이, 이 책도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는 교회 내외의 영혜들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교회도, 아니 나도 겉으로는 신앙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영혜들에게 신앙적 트라우마를 안겨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율법주의와 방종주의, 교회의 하나됨과 개인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교회와 나에게 필요한 것은 ‘멀티 페르소나’가 아니라 일관된 그리스도인의 모습, 그리고 인간다움과 진실함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성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