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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귀도 드 브레의 생애 - 벨직 신앙고백서 저자 귀도 드 브레의 삶과 신앙 ㅣ 세움클래식 15
강병훈 지음 / 세움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책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진 것은 처음이다. 192쪽에 불과한 그렇게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많은 것을 느끼게 만든 책이라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선 이 책은 벨직 신앙고백서의 저자 귀도 드 브레의 한국 최초 전기이다. 서점에 검색하기만 해도 알 수 있다. 그만큼 드 브레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개혁신앙 하면 벨직 신앙고백서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왜 그동안 드 브레의 생애가 오랫동안 잊혀 왔을까. 잊힌 게 아니라 애초부터 몰랐던 것이 아닐까 싶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처럼 벨직 신앙고백서도 어떤 회의를 통해 다수에 의해 작성되었을 것이란 막연한 추측으로 인해 처음부터 저자에 대해 관심을 가질 생각을 못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벨직 신앙고백서는 중요하게 여기면서 막상 그 저자는 알지 못한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고 많이 반성했다.
개혁신앙이 가장 성경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도록 권유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단순히 귀도 드 브레의 생애에 대한 사실과 사건을 나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개혁신앙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호소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정신차리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드 브레의 생애를 통해 벨직 신앙고백서가 작성된 배경을 알고, 그 배경을 통해 벨직 신앙고백서의 내용을 더 풍성하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 우리의 현재 상황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이 개혁신앙을 어떻게 지키고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해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아도 저절로 고민하도록 하는 책이다. SFC가 강령으로 고백하는 개혁주의 신앙과 생활, 이 책의 부제에서도 말하듯이 귀도 드 브레는 자신의 신앙과 생활이 모두 개혁신앙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귀도 드 브레는 바른 믿음을 위해서는 바른 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성경을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했다. 그리고 그것을 성도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집필했다. 나도 바른 믿음을 위해서는 바른 앎이 필요하며 성경과 교리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들이 지킨 개혁신앙과 오늘날 내가 가진 개혁신앙에는 왜 차이가 느껴지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그 차이는 바로 ‘타협’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개혁신앙을 지키기 위해 어떤 것도 타협하지 않았다. 귀도 드 브레가 살았던 당시의 성도들에게 개혁신앙이란 삶과 죽음의 문제였다. 박해를 피하기 위해 평생 살았던 고향을 떠나고 모든 것을 버려두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다 하더라도 지켜낸 신앙이었다. 순교자들의 피로 지켜진 개혁신앙을 오늘날 나는 거저 받은 거나 다름없는데, 나는 그만큼 지킬 각오가 되어 있는지 돌아보았다. 목숨도 타협하지 않은 그들인데 나는 개혁신앙을 지키기 위해 어떤 것도 타협하지 않을 수 있는가? 나도 모르게 죄로 물든 가치관들과 타협하며 내 삶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성도로서 나는 무엇에 목숨을 거는가?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개혁신앙인으로서 교리를 강조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재정비했다. 귀도 드 브레는 성도들에게 바른 교리를 가르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 교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으면 직접 벨직 신앙고백서를 작성했겠는가. 어쩌면 오늘날의 개혁신앙인들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중요하다. 박해받는 성도들이 로마교회의 거짓 교리에 실질적으로 맞설 수 있도록 그들을 훈련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교리란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한 필수품이자 무기였다. 때로는 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교리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을 때가 많다. 그리고 교리를 잘 공부해서 머릿속에 넣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귀도 드 브레가 로마교회의 거짓 교리에 맞서기 위해 성도들을 훈련했듯이, 오늘날 나는 세상적인 가치관들을 교리라는 도구로 맞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교리 그 자체만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교리를 나의 필수적인 무기로 잘 다룰 줄 아는가? 교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개혁신앙이 왜 교리, 교리, 교리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마음을 울렸던 것은 귀도 드 브레가 감옥에서 아내에게 쓴 편지였다. 아내에게 쓴 편지는 그동안 한글로는 소개되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읽게 되어서 참 감사했다. 결혼을 하고 아내가 되어봐서 더 울렸던 것일까. 독자는 아내에게 쓴 편지를 읽으면서 귀도 드 브레의 성품이 어떠한지를, 어떤 생각과 신앙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직접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쇠사슬의 소리가 아름다운 악기 소리로 들린, 감옥에서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실제로 경험해 보니 자신의 말은 그저 맹인이 형형색색 빛깔을 이야기한 것과 같았다고 느낀, 수감된 와중에도 자신의 신앙을 변호하며 그 변호한 내용을 또 다시 성도들을 위해 기록으로 남긴 귀도 드 브레였다. 아내에게 쓴 편지와 함께 저자는 부록으로 귀도 드 브레에 대한 저술 연구 안내까지 남겼다. 본인의 연구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한국 교계가 드 브레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와닿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한 찬송가 가사가 떠올랐다.
그 두려움이 변하여 내 기도 되었고
전날의 한숨 변하여 내 노래 되었네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