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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오랜 시간 건조된 땅콩처럼 부서져 내리고
차빛나 지음 / 세움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슬픔은 오랜 시간 건조된 땅콩처럼 부서져 내리고>는 싱어송라이터 차빛나가 20년 동안 써 왔던 시들을 모은 시집으로, 한 알의 콩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는다. 그래서 차례도 “콩의 태초”, “흑암”, “싹, 틔우다”, “주렁주렁”, “낙화생”으로 전개된다. 한 알의 콩이 어두운 곳에 머무르다가 때가 되면 싹이 나고 꽃이 피며 열매를 맺듯이, 이러한 과정을 겪는 사람들에게 울림과 위로를 전하는 시집인 듯 했다.
낙화생. 꽃이 땅으로 떨어져야 땅콩이 생겨난다고 해서 땅콩을 낙화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땅콩박사 조지 워싱턴 카버도 낙화생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해야 하나. 땅콩을 연구한 결과로 꽃길만 걸어갈 수 있었을 텐데 겸손히 낮은 곳에서 남을 섬기는 땅콩박사였다. 땅콩에 비추어 볼 때 꽃으로 활짝 핀 삶이 아니라 이 책처럼 낙화생으로 마무리하면 어떨까 싶다.
시집은 여전히 어렵다.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공감이 안 되는 시들도 있었던 반면, 마음을 울려 내 눈동자가 한참 그 페이지에 머물게 만든 시들도 있었다.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자연의 사진들을 감상하며 방금 읽은 시의 느낌을 마음속에 머금기도 했다. 현실을 분주하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이 시집을 추천하고 싶다. 분주한 마음을 잠시 멈추게 하고 인생의 아름다움과 삶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