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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여자 - 일상에 도전하는 철학을 위하여
줄리엔 반 룬 지음, 박종주 옮김 / 창비 / 2020년 4월
평점 :
줄리엔 반 룬 지음/ 박종주 옮김,
창비 출판
게오르크 빌헤름 프리드리히 헤겔, 존 스튜어트 밀
이 사람들이 누굴까?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 다음 사람들은 어떨까? 니콜로 마키아벨리, 토마스 홉스, 르네 데카르트, 존
로크 아직도 감이 오지 않는가? 그럼 소크라테스, 플라톤, 장 자크 루소, 임마누엘 칸트, 칼
마르크스 는? 그렇다 철학자 들이다.
철학이라 하면 가장 생각나는 시절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 소크라테스
와 칸트, 플라톤 등 국민윤리 시간에 배운 철학이 그렇게 싫어서 이과를 선택하고 공과대를 갔더니 교양필수
과목에 철학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철학이 싫어 피해왔던 공과대에서 다시 마주했던 철학자들, 그들은 나를 수업에서 밀어냈었다.
그 수업에서 시험을 치를 때 나온 첫 문제가 우리가 흔히 예상하듯이 ‘철학이란
무엇인가?’ 였다. 요즘으로 따지면 A3 용지 크기만한 시험지에 친구들은 빼곡히 시험시간을 할애하고 있었지만, 그
시간 동안 난 단 한자도 적지 못하였다. 시험지를 걷는다는 말에 허겁지겁 검은색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그린 물음표가 내 답이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F학점은
면했지만, 한학기 동안 2학점을 차지했던 그 수업은 나에게
남긴 것이 이 일화 하나였다.
나이가 들어 40중반을 넘어 지천명에 가까워 지다 보니 자연스레 인간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알고 싶어 지고, 궁금해졌다. 자연스레
서점에서 인문학 코너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아직도 어려운 분야이긴 마찬가지 이다.
철학이란 무엇일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생각, 시대에 대한 관찰, 삶에 대한 고찰이 아닐지? 그런데 왜 철학자는 남자만 있었을까? 그것도 백인 중심의 남성이? 철학이 진정 사람과 삶과 사회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 관념이라면 그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수많은 철학자가 있었을 것인데 왜 우리는
아직도 그들의 글만 보고 외우고 토론하고 있을까?
난 사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도 싫어한다. 굳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남자와 여자 이분법 적인 사고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냥 우린 사람, 인간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삶에 대한, 사회에 대한 모든 생각에서 이 이분법은 없어져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고민속에 있을 때 마침 적당한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해당
출판사를 좋아하던 독자로서 감사하게도 먼저 읽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저자인 줄리엔 반 룬은 솔직히 처음 접한 작가이다. 호주인 이며, 문예창작을 가르치며, 소설을 쓰고,
인터뷰어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불우한 어린시절, 그리고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서점에서 찾은 철학서들이 위에서 말한 백인 남성의 철학자들이었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모두 죽은 사람이었다는 것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작가가 본 책을 쓴 이유라고 할까? 만약 살아있는 여성 철학자들이
지금의 삶에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며 말하고 있을까 라는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직접 그녀들을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을 적은 책이다.
로라 키트니스, 시리 허스트베트, 낸시
홈스트롬, 줄리아 크리스떼바, 로지 배티, 헬렌 캘디, 마리나 워너, 로비
브라이도티.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생소하지만 현재 우리과 함께 같은 시대에 살아가고 호흡하며, 생각하는 철학자라고 한다.
그녀들의 사랑, 우정, 삶, 일 그리고 그녀들이 속한 남성 중심의 사회 등에 대해 이야기 하며, 풀어내는
에세이 같은 글은 다시 한번 남성과 여성이 아닌 오로지 우리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부제 [일상에 도전하는 철학을 위하여]와 같이 일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철학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의 나를 위한 미래의 나를 위한 철학은 과거에
내가 가졌던 철학은 무엇이었는지 심도있게 호흡하게 만들기 충분한 시간이었던 같다.
책 제목이 보여주듯 여성들의 이야기이지만, 나에게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했던 이야기였다. 비록 첫장을 넘기기 쉽지는 않다. 여느
철학책들과 마찬가지 처럼, 하지만 조금의 인내와 관심과 궁금증만 있다면 우리에게 지금이라는 시간을 선물해줄만한
책이다.
창비에게 전하고 싶다.
“덕분에 좋은 시간 가졌습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 창비로 받은 책을 읽고 써내려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