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불교는 어떠했을까
나카무라 하지메 지음, 원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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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어떠한 시대적 환경을 배경으로 시작됐는지, 그 근본적인 교리는 무엇인지 쉽게 풀어주는 책이다. 평소에 불교에 관심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경전을 잡고 읽기에는 나의 내공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기에 선뜻 잡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에 신착도서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불교의 시작은 지금의 기독교나 힌두교처럼, 아무런 이데올로기도 없이 무에서부터 탄생한 게 아니라 여러 당시대 종교들과 얽히며 창시되었고 또 여러 분파로 나뉘었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듯이 불교의 창시자는 석가모니였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었다고 실감한 것은 이 책을 보고 난 뒤였다.


불교는 당시 인도의 환경에서 비롯한 관습과 법 제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고, 이미 명시 되어 있는 다른 종파의 율법에서 따온 규율도 있다. 또한 세대를 거치며 모순적인 율법도 개선해 나갔다. 초기에는 사후에 대한 통찰이 많지 않았던 반면에 후대로 갈 수록 사후에 대해 통찰을 시작한다든지, 초기에는 혼자만의 평온함을 구하는데 지나지 않다가 후대에는 다른 생존자를 전제로 하며 필요로 한다든지. 독각의 길을 수행하던 자들이 이제는 보살의 길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해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주위를 보면 `해탈`이라는 단어를 체념이라는 단어와 혼용해서 쓰고 있다. 나 또한 장난하는 어투로, ˝해탈했네˝라고 쉽게 용어를 소비해 버린다. 하지만 해탈은 체념과 달리 감정의 움직임을 허용하지 않는다. 체념은 희망을 버리고 단념하는 행위라고 사전에서 정의한다. 하지만 해탈은 `희망`이라는 단어도 이미 벗어나 있다. ˝고뇌하기 때문에 기쁜 것이며, 기쁘기 때문에 고뇌한다.˝ 단어의 결이 너무나 다르다.

또한 모든 감정에 배타적이지 않은 것과 모든 고통에 무감하지 않다는 면에서는 불교의 유연성이 느껴진다. 수행에서 오는 감정과 고통은 육체를 지니고 있는 인간으로서 `느낄` 수 밖에 없다. 요점은 자신이 느끼는 것에 얽매이느냐, 아니면 받아들여 벗어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물론 실천적인 면에서 나는 지향할 수 있을 뿐이지만...

내가 종교에서 항상 느끼는 위대한 점은 `조건 없는 사랑`을 설파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사랑, 불교의 자비는 분명히 서로 접점이 있다.

저자가 끝에서 말하듯이 불교는 부단히 발전되어 왔다. 생태적인 환경의 굴레는 어느정도 벗어났다 해도 여전히 시대를 반영할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완벽한 교리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항상 그래왔듯 이러한 번잡 속에서 안주하지 않고 벗어날 수 있는, 일상에서의 실천적인 지향점을 제시해 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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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6-09-20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지네요... 중국 한국 일본은 소승이 아닌 대승이라 어떻게 발전해 나갔는지..

Lomain 2016-09-20 17:58   좋아요 0 | URL
인도 밖에서 이루어지는 포교활동과 그에 따른 발전 과정은 이 책에서 상세하게 나오지 않습니다ㅠ 인도 내에서 초기 불교가 어떻게 생성됐고 어떠한 발전이 있었는 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저도 낭만인생님과 같이 그 부분도 궁금했지만, 그건 다른 책을 통해서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ㅎㅎ 그래도 초기 불교에 관해서는 매력적인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