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적 리얼리즘에 관한 고뇌에서 시작되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하고 망설이던 시간들 속에서 저 단어가 눈으로 튀어 올랐다. 정의할 수 없는 단어를 책을 읽어내면서 풀어보기로 했다.전체적인 내용은 마콘도에서 벌어지는 한 가문의 이야기다. 부엔디아 가문을 묘사하는 많은 이야기들은 낯설지 않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단어로 단군 신화 같은 설화적 요소를 위장하여 마콘도와 마콘도의 시간적 과정을 따라가고 있를 뿐이다.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얼만큼을 담아내려고 했을까, 하는 고민들이 리얼리즘의 확대를 이끌어 내는데 책을 읽는 전반에 내재되어있는 나의 찝찝함은 책을 덮고 나서야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었다. 바로 `조바심`.극명하게 드러나는 부엔디아 가문의 몰락과, 그 몰락의 과정을 전혀 모르는 구성원들이 속한 그 시점이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름이 없어서일까. 마르케스가 그냥 써내려간듯한 근 백년의 시간들에서 지금 내 사회와 나의 위치를 찾아내려는 조바심이 내재되어 있던 것이다. 이 소설의 중반부터 죽음조차 없던 낙원의 마콘도가 조금씩 흔들렸는데 그때부터였다. 리얼리즘을 뽑아내려 조바심을 지속적으로 느끼기 시작한 시점이.사건 단편의 모습만 살펴보면 백년 동안의 고독 안의 서술 중 어느 하나 리얼리즘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 중 가장 공감이 갔던 구절은 아래와 같다.˝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친구는 누구일까?˝...˝조금 아까 죽어간 사람이다.˝이는 대령의 말이다. 자신의 불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전쟁을 위한 전쟁을 치뤄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나보다 훌륭한 인재를 죽어내야 하는 다분히 정치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바나나 농장의 역사의 왜곡을 지나, 후반부의 모습들도 흥미롭다. 우르슬라가 늙어가며 자신의 안방을 다른 세대에게 넘겨주면서 가문의 뿌리가 흔들리는 모습은 우리의 지금과 너무도 닮아있어 비난하기 어려웠다.처음부터 끝까지 세상의 모든 사람을 넣어 두었다. 그리고 모든 감정을 싣었다. 부엔디아 가문이 저마다의 세계로 뻗어있다. 말 하나에, 감정 하나에 현실의 조각들이 맞아가는 것이 신기하다. 다른 사람의 과거에 읽혔다면 또 다른 사건의 조각일테지만, 내 생애를 그리고 내가 겪은 사회를 기준으로 한 조각들은 아직 어설프기 때문에 `조바심`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결론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