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흄세 에세이 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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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소설 <이방인>과 <페스트>로만 접해본 작가였습니다. <이방인>에서는 전체적으로 단조로우면서도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안에서도 자연이나 풍경 등을 묘사하는 방식은 정말 놀랍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카뮈는 소설 <이방인>보다 산문집인 <결혼>을 먼저 출간했는데, <결혼>에서 극대화된 그의 서정성이 <이방인>에서도 드러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혼>은 그가 20대 중반에 출간한 산문집이라고 합니다. "티파사에서의 결혼, 제밀라의 바람, 알제의 여름-자크 외르공에게, 사막-장 그르니에에게" 총 4편의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글이 20여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만들 정도로 문장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눈으로만 글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오감으로 상상하며 글에 흠뻑 빠지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카뮈의 이 소설집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p.12 우리는 이미 바다를 향해 열린 마을에 이른다. 알제리의 여름 대지가 뿜어내는 향기롭고 매캐한 숨결의 환대를 받으며 노랑과 파랑의 세계로 들어간다. 곳곳에서 장밋빛 부겐빌레아가 별장의 담을 타고 올라 만발하고, 정원에는 아직 연한 붉은빛의 히비스커스가 고개를 내밀고, 크림처럼 걸쭉한 차 빛깔의 장미가 훤칠하고 푸른 붓꽃의 섬세 한 테두리와 어울려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모든 돌멩이가 뜨듯하다. 우리가 미나리아재비꽃 색깔의 버스에서 내릴 즈음, 푸줏간 주인들이 빨간 트럭을 몰고 와 아침나절 순회 판매에 나서면서 트럼펫 소리로 마을 사람들을 불러낸다.

처음 책 외양만 봤을 때는 굉장히 얇은 두께에 흔히 보지 못했던 입체적인 표지가 인상적이었으나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글인 "티파사에서의 결혼"에서 의미하는 결혼이 흔히 알고 있는 결혼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솔직히 그가 의미하는 결혼이 무엇인지는 한 번 읽은 것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으나, 살면서 문득 감수성이 메마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들춰보고 싶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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