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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사노 요코의 <죽는 게 뭐라고>를 읽었습니다. 그녀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날, 외제차 매장에 들러 차를 사고는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택시 안에서는 담배를 필 수가 없었다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되지 않는 행동을 합니다. 대부분 죽음을 선고받게 되면 절망적인 생각을 하며, 남은 인생을 고통 속에 보내게 되는 게 일반적일 것 같지만 사노 요코는 오히려 죽음을 잠담하게 받아들입니다.
<드라이빙 미스 노마>의 주인공인 노마 할머니도 예견된 죽음 앞에 다른 사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남편과 사별 후 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본인 또한 암에 걸려 시한부 생이 되었다는 걸 알고, 여생을 요양원에서 보내는 게 아니라 아들 부부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미국 횡단 여행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책 표지 안 쪽에 미국 지도가 있고 여기에 숫자가 표시되어 있는데 그 순서대로 여행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수십 배에 달하는 미국을 여행하겠다고 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만약 내가 며느리의 입장이라면 선뜻 그 계획에 동조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어쩔 수없는 '보통'의 사람인지라...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하지 못하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드라이빙 미스 노마>는 허구가 아닌 실제 타인의 삶을, 그것도 전혀 평범하지 않은 삶은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일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물론 예고없는 사건이 닥칠 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지 짧게나마 고민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요.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는 노마 할머니의 바람대로 1년간의 미국 횡단 여행을 책으로나마 함께 했던 저 역시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노마 할머니와 아들 팀, 그리고 며느리 라미의 용기있는 선택은 저뿐만 아니라 이 책은 읽은, 그리고 읽게 될 사람들에게 그 동안 당연시 생각했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할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