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 누나, 혼저옵서예 - 제주로 간 젊은 작가의 알바학 개론
차영민 지음, 어진선 그림 / 새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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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러스트가 눈에 쏙 들어와 살짝 읽어보니 궁금해져서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일단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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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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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면서 공감가고 실제로 삶이 조금씩 변화해가도록 도움이 되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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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과 2강, 1인 듣고 싶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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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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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용어를 처음 접하던 순간의 인상이 지배적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법칙만 제대로 외우고 있고 적절한 값만 대입하면 단일하고 확실한 정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던 그때까지 내가 알던 과학의 세계에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이란 용어는 어딘가 불길하고 심술궂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등장했다.

지각과 맨틀의 경계를 발견한 외국 과학자의 이름을 딴 그 명칭이 얄궂게도 모호함을 연상시키면서 시작하게 되더니, 게다가 연속면이 아닌 불연속면으로 끝나면서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낯설게도

올해 노벨 문학상은 단편 소설 작가 앨리스 먼로가 받게 되었고

처음으로 접하게 된 그 분의 최신 작품집 역시 단편집이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을 다루고 있다고 하나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그다지 낼 수 없었다.

머릿속으로 그려 보기 힘든 상황을 작품 속에서 담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일상에 내재한 비일상성이라는 불연속면에 맞닥뜨리면서

불시에 공격이라도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은 그곳을 통과할 때 늘 걸음을 서둘렀다. 덜컹대는 소리와 흔들림은, 결국 세상 모든 것이 그리 필연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사람들은 무심한 듯, 하지만 다급하게 덜컹대는 소리와 흔들림을 통과한다.

p35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지진파 속도의 급격한 증가라고 배웠다.

내게 익숙하고 또 그 원리를 완전히 파악했다고 여겼던 그 세계의 필연성을 따르지 않는 또 다른 차원에 들어설 때 우리의 걸음도 그렇게 다급해지는 걸까?

 

그렇게 자각하게 된 불연속면의 존재를

일일이 설명하거나 해석이나 판단을 결부시키지 않는 것이

이 단편집 전체를 관통하는 매력이자

노작가의 독특한 친절하지 않은 친절함으로 다가온다.

 

날마다 지겹게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사는 사람들이 설명이란 것을 해야 한다면 그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pp9-10“ 나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는 땅 캐나다란 곳에서 살아가는 극중 인물들과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녀는 그와의 만남을 늘 예상했다는 듯이 아주 잠시만 놀랄 것이다. 살다보면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하더라면서.

p278

 

호들갑 떨지 않으면서

삶에서 만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두는

넉넉한 포용의 시선이 위안이자 든든한 힘이 되었다.

 

이 작품집에서 처음 만나게 된 작품 <일본에 가 닿기를>에 실린 편지가

어떤 보통의 의사소통적 기능과는 상관없이

시에 가까운 형식으로 쓰여져서

결말부에서 예상외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듯이

 

여운이 가득한 글이란

그렇게 기대하지 못했던 만남,

그게 꼭 타인이 아니어도

어떤 시절의 나 자신, 추억 등과의 만남을

이루어지게 한다.

 

이 책의 마지막에 자리한 <디어 라이프>에서

네터필드라는 처녀 때 성을 지닌 여자의 시도

작품의 화자에게 인생이 건네는 편지처럼 느껴진다.

화자는 그 마지막 순간을 지켜 주지 못했으나

dear life가 쓱 들어간 표현 그대로

죽기 살기로 화자를 빼앗기지 않고 지켜냈던 어머니야말로

그 때 내가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던 분이었다고 할 때

그 순간을 따뜻이 조명하는 한 줄기 빛, 라이트가 비추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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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다시 만나면
게일 포먼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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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A현

 

"A 좀 들려줄래?" 나는 부탁한다. 미아는 첼로의 A현을 퉁긴다. 나는 그에 맞춰 조율을 한 다음 A마이너를 친다. 화음이 사방 벽에 부딪쳐 메아리치면서 전기가 짜릿하게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이런 느낌은 정말 아주 오랜만이다.

... 필요한 만큼 다 들었는지 별안간 미아가 눈을 뜨고 다시 나를 주시한다. 마치 나를 바라보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듯이. 미아는 활을 들고 가벼운 고갯짓으로 내 기타를 가리킨다. "준비됐어?" 그녀가 묻는다.

p277

<너를 다시 만나면>, 게일 포먼, 2011

 

 

오케스트라나 현악 연주 단체의 공연 시작 직전

A음에 맞추어 모두들 귀 기울이고 조율하는 그 순간이

내 앞에 막 놓인 잔에서 커피 향이 먼저 내 코와 만나듯이

그토록 설레고 기분 좋을 수가 없다.

음색도 기본 음높이도 다른 여러 악기들의 어우러짐이 가능해지는 그 시작점.

각자가 고민하고 치열하게 연습해 온 과정이 이제 서로의 소리를 들어가며

새로운 결실을 맺어갈 참인 것이다.

 

첼리스트와 록 스타 기타리스트,

다르다면 참 다르고 그러면서도 절묘하게 여러 공통분모를 지닌

이 소설의 주인공 젊은 한 쌍, 미아와 애덤을 참 예뻐하고 응원하는지라

이 책으로 시작해 본다.

 

“내 인생 같은 삶을 살짝이라도 맛볼 수 있다면 간이라도 빼주겠다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하루하루의 일시성을 스스로에게 일깨워야 한다. 어제를 견뎌냈으니 오늘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

<너를 다시 만나면>p11

 

“하루는 고작 스물네 시간이지만, 가끔은 하루를 견디는 게 에베레스트 등정만큼이나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진다.”

<너를 다시 만나면>p39

 

“내가 버림받은 것과 미아가 사고로 온 가족을 잃은 것을 비교하는 게 참으로 치졸한 짓이라는 건 나도 안다. 심지어 무신경한 짓이라는 것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내게는 두 사건의 후유증이 똑같았으니까.”

<너를 다시 만나면>p72

 

죽음과도 같은 상실,

문자적 이해를 넘어서서 그 물리적 체감이 되고나서 이 이야기가 각별하게 다가온 듯하다. 항상 그렇게 언제고 있어주실 것 같았던 그 분을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찾아뵐 수 없게 되자, 슬픔이란 녀석은 정말 제법 물리적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지 자꾸만 눈물이 흘러넘치게 한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진입하던 그 순간에도 함께이던, 십 년 넘게 이어지던 인연, 그리고 그 사람과 연관된 세상에서 고통스럽게 떨어져 나온 것도 그 해 초입이었을까?

 

썰물처럼 그렇게 소중한 존재들이 내게서 떠나가던 그 즈음에

상실을 혹독히 앓고 통과해 온 이들이 함께 연주하는 그 순간

나는 열렬히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청중이 되었다.

 

 

바이올린의 영혼을, 그는 한 시간 가까이, 매만졌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자, 마치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끼는 듯 먹먹하던 A현의 소리가 침대를 박차고 나와 그가 보는 앞에 서서 큰 소리로 노래하는 것 같았다. 그 소리를 들으며 그는 안도했다. 그리고 완전히 만족했다. 마치 그 순간을 위해서, 자신은 바이올린 제작자가 된 것처럼.

[인구가 나다]p291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2013.

 

단맛은 덜한 대신 신맛과 찬 맛은 훨씬 강한, 집에서 만든 셔벗 같던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했던 “거짓말의,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하면 진실의 시작”으로 인해 접어 든 바이올린 제작의 길에 그렇게 완전한 만족감을 주던 순간에도 A현의 소리가 있었다.

 

"얘는 바이올린이 어떤 악기인지도 몰라. 깊이를 전혀 몰라. 그저 표면만으로 연주해."

[인구가 나다]p282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2013.

 

두 사람은 연못 위의 소금쟁이들처럼 인생의 표면 위를 각기 미끄러졌을 뿐이다. 서로가 얼마나 깊은 생활의 수심 위에 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채, 미끄러지다가 서로 만나기도 하고 또 헤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인구가 나다]p288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2013.

 

표면에 대한 이러한 태도가 전환되고 A현의 제대로 된 소리에 도달하는 데에는 아래의 깨달음이 있었다.

 

바이올린의 소리는 겉에 칠하는 바니시가 결정했기 때문에 그는 그 맛을 알아야 했다. 소리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표면을 맛봐야만 한다는 것, 바로 그 사실을 그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것이다. 본질은 표면에 있었다.

[인구가 나다]p289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2013.

 

그래, 괜찮아.

미아와 애덤처럼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같은 A음에 맞추어 함께 연주할 수 없을지라도,

바이올린의 영혼을 매만져 A현이 노래하게 할 수 없을지라도,

그 사람과 함께 맛본 표면을 통해서도 가닿은 어떤 본질이란 게 있을 테니까.

 

어쩌다 이런 구석까지 찾아왔대도 그게 둘이서 걸어온 길이라면 절대로 헛된 시간일 수 없는 것이라오.

[벚꽃 새해]p28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2013.

 

 

 

scene #2: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는 집

 

“함석지붕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그 사람 부인이 애 데리고 찾아오지만 않았어도 시 정도까진 올라가지 않았을까?”

[사월의 미, 칠월의 솔]p81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2013.

 

A음, ‘라’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접은 인연에게 시선이 미친다.

미래가 없는 연인에게 현재성이 응축된, 한 번 흘러가면 다시는 잡을 수 없는

소리의 인상이 강렬히 남아 있는 것이 이해가 갔다.

시간에게 속절없이 패배하여 물러나는 듯한 소리의 힘이

사실은 얼마나 강력한지

그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음성이 정말 고마웠다.

 

 

“건축비 절감하려고 양철로 지은 집이었다.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면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래도 음악 듣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바소 콘티누오]p16

<별명의 달인> 구효서, 2013.

 

바소 콘티누오basso continuo에 대한 해설이 통주저음, 계속저음, 고집저음이라고 되어 있는데 마지막 ‘고집’이라는 부분이 자꾸만 눈에 들어 왔다.

본채와 양철로 지은 행랑채,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세대를 공간적으로 또 시간적으로 고집스럽게 오가며 연결 짓는 전체 분위기가 와 닿아서일 것이다.

 

“그녀의 곡들은 변주의 폭이 적은,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저음성부 선율에 가까웠다. 앞이 아닌 뒤, 위가 아닌 아래, 전경이 아닌 배경이었다. 그녀의 인상, 그녀와의 추억도 도드라진 데가 없었다. 아스라하여 외려 사무치는 묘한 그리움이, 뒤숭숭한 꿈과 한숨과 첼로의 반주음 같은 데서 끈질기게 되살아나곤 했다.”

[바소 콘티누오]p31

<별명의 달인> 구효서, 2013.

 

빠르게 내달리는 패시지뿐만 아니라 고르게 풍성하게 단순하고 반복적 부분을 연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나이가 들수록 깨닫고 있다. 오판하고 제대로 접근하지 못해 멀어지고 놓치게 된 내 인생의 악보들은 얼마나 될까?

 

 

scene #3: 풋워크에서 중국집으로

 

"바보들은 권투가 주먹을 쓰는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권투는 9할이 풋워크야. 주먹은 그 황홀한 스텝 위에서 장단만 맞추는 거지“하고 관장이 말했다.

-[잽]p20

<잽> 김언수, 2013

 

간과하고 넘어갔던 저음 성부는 어쩌면 권투에서 풋워크의 역할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주먹을 휘둘러도 힘만 빠지고 상대가 아닌 내가 비틀거리게 되었을지도…….

 

“토요일마다 혼자 남아서 화장실 청소하니 좋냐?” 실리카겔이 빈정거렸다.

잽!

“그렇게 청소가 좋으면 졸업하고도 청소하러 오지 그러냐?”

잽!

“반성문 그깟 게 뭐라고 일 년이나 이 고생을 하냐, 너도 참 어지간한 놈이다.”

잽!

“토요일인데 점심은 먹었냐?”

잽?

“나도 아직 안 먹었다. 같이 자장면이나 한 그릇 하자.”

...

“이제 테니스장 청소는 그만해라. 가만히 보니 반성문은 네가 쓸 게 아니라 내가 써야 할 것 같네.” 실리카겔이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홀딩!

-[잽]pp29-30

<잽> 김언수, 2013

 

 

“그때 짬뽕 먹을 때, 저는 계속 선생님만 보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으셨어요. 먹는 내내 선생님 정수리께를 보는데, 뭔지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는 어떤 슬픈 마음이 들더라구요.”

[사월의 미, 칠월의 솔]p95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2013.

 

중국집에서 이 장면들, 섣부르지 않아서 참 좋다.

각자의 입장과 처지가 있는데 KO승패를 판가름하거나 무작정 똘똘 뭉쳐 한 편이 되거나 하지 않아서 말이다.

한 상에 마주 않아 식사를 한다는 일상의 표면에서 맛보는

섬광처럼 스치는 본질,

그런 것이 인생에겐 든든한 끼니 역할을 해준다.

그렇게 포착된 서로에 대한 응시의 순간을 양식 삼아 삶은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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