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의 집을 치우는 견적을 정확히 내겠다며 내가 건넨 질문하나하나가 아직 살아 있던 그의 가슴 곳곳을 예리하게 찔러대는 송곳이 되지는 않았는지, 건넨 단어 하나하나가 자기의 죽음을 실감케 하는 비정하고 뼈저린 암시가 되지는않았는지. 그저 미안하고, 부끄럽고, 고개 들 염치도 없다. 신이 계신다면, 그 남자가 생전에 의지하고 믿었던 신이 어딘가에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그 품으로 불러 단 한 번만 따스하게 안아주실 수는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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