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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돌리 앨더튼 지음, 김미정 옮김 / 윌북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소 잡지책 같은 표지와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저널리스트의 책이란 생각에 큰 기대 없이 읽어나갔다. 의무적으로 서평을 써야 하니까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읽어나 볼까? 하는 오만한 태도로 말이다.
처음 몇 장은 아주 가벼웠다. 그저 그런 남자 못 잃어의 전형적인 내용으로 이렇게 이 책은 끝까지 가는 걸까? 읽다 보니 어? 아니네? 작가의 일기장을 보는 기분으로 어쩌면 내 일기장보다 솔직한 날것을 읽어나가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이렇게 솔직한 글은 대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수많은 물음표가 가득했고 단숨에 해치울 수 있는 책이지만 고의적으로 조금씩 끊어가면서 읽었다. 책은 시간순으로 중간에 아주 유용한 팁과 레시피도 곁들여 있다. 그저 그런 이야기들의 묶음이 아니라 진행 중인 성장의 결과물 같은 책이었다.
부끄럽지만 최근에 별 이유 없이 공허했다. 아무래도 잘 못 산 거 같고 이렇게 아무도 평생 내 옆에 안 남을 거 같은 불안함에 휩쌓였다. 아직 나는 나를 잘 모른다.
이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잘못 살아봤자 얼마나 잘못 살았겠냐는 핀잔 같은 위로가 고마웠다.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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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공허함을 채워주기 위해 찰나의 희열충분히 제공해주는 남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개 당신이 받는 사랑은 스스로 주는 사랑의 거울이다. 당신 자신을 다정히 보듬고 참아주지 않으면 남들도 그리 대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말랐느냐 뚱뚱하냐가 당신이 받아야 할, 혹은 받게 될 사랑의 지표가 아니다.
이별은 나이가 들수록, 해가 갈수록 더 힘들어진다.젊을 때는 남자 친구를 잃지만, 나이를 먹으면 인생까지 잃는다.
잘못된 연애를 질질 끌고 가야 할 만큼 중대한 현실적인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휴가는 취소하면 되고 결혼식도 파혼하면 되고 집도 팔면 그만이다. 현실적인 문제에 비겁함을 감추지 말라. P3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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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좋은 것, 중요한 것, 재미있는 것 등 온갖 선택을 내려야만 한다. 그러한 선택으로 배제된 다른 선택지를 모조리 몰수당한 채 살아야 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모멘텀을 얻으면서 내가 내린 선택이 좁혀지고 선택을 내림으로써 배제된 것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는 걸 점차 깨닫는다. 그러다 보면 모든 인생에서 호사스럽게 가지를 내뻗는 복잡한 어느 가지의 어느 지점에 도달하게 되는데, 거기까지 이르게 되면 결국 그 자리에 붙들려 단 하나의 길 위에 서게 된다. 시간이 멈춰 움찔했다가 부식하는 단계를 거쳐 나를 관통하고, 결국 제3의 시간에 빠진다. 그곳에서는 아무리 버둥거려도 소용없고 시간에 빠져 익사하고 만다. P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