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브 -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
오언 존스 지음, 이세영 외 옮김 / 북인더갭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분명 이것은 영국의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와 문화가 다르기에 생소하고 낯선 부분도 있지만, 사라진 듯 보이나 엄연히 존재하는 현대사회의 계급문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도 분명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차브는 특별히 노동계급을 가리키는 모욕적인 언사이다.(8p) 현재 영국 사회, 특히 주류 중간계급 사람들의 입장에서 차브는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며, 이런 계급혐오는 없어서는 안될 영국 문화의 존경받을 만한 일부가 되었다.(15p) 저자는 이 책에서, 계급을 통해 깊게 분열된 사회의 본질적인 면모를 들여다볼 것을 요구한다.

 

다뤄지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현재 영국의 공영주택에 나타난 차브쏠림현상(53p)은 우리나라 영구임대아파트의 슬럼화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골칫거리라고 부르는 이른바 낙후지역의 여러 문제점들은 그 곳에 살고 있는 하층민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주택정책에 따른 결과임을 꼬집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임대아파트 정책도 그 출발은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시작했을지언정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사회적 낙오자라는 낙인을 찍어준 것과 다름없다.

 

저자는 계속해서 지난 수 십년 동안 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한 보수당이 장기집권을 이어가며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계급의 힘을 약화시켜온 여러 가지 시도들을 보여준다. 지난 정권에 이어 계속해서 정통보수정권이 집권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국민 모두의 행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정부의 행보가 과연 어떤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 크게 애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현대 영국에 더 이상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위선적 주장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정치가들이나 언론들은 실력과 열정만 있으면 누구든지 영국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실력주의를 칭송해댄다. 그러나 슬픈 아이러니는, 사회가 중간계급의 구미에 맞추어 부당하게 조직될수록 계급 없는 사회에 대한 신회가 힘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영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선명하게 계급으로 나뉘어 있다.”(247p)

 

저자는 해법을 던져준다기보다 현실의 날것 그대로를 우리에게 파헤쳐 내보인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해보게끔 한다. 나는 과연 이러한 계급전쟁에 뛰어들어 거대한 중간계급의 힘에 맞설 자신이 있는가, 아니면 나 역시 계급의 존재를 무시하고 그저 나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회색지대에 머무를 것인가. 이러한 고민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