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수 없는 권력, 왕권

왕과 아들, 조선시대 왕위 계승사 -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
한명기.신병주.강문식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4월

나눌 수 없는 권력, 왕권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는것이라고 했던가?

하늘이 내려주는 건지, 아버지가 아들에게 내려주는건지...조금은 모호한 '왕'이라는 자리, 그리고 그 힘..

이 책은 조선시대 문제 있는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이다.

그들의 신분이 왕과 왕세자였다는 것 때문에 뭔가 거창해진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

아버지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했고, 믿었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했고 아버지를 왕으로 만들었다.

아들을 저버린 아버지,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태종과 양녕대군

문제만 일으키는 아들 양녕대군과 이에 쩔쩔매는 아버지 태종.

아버지와의 사이가 안 좋아서 어려움을 겪었던 태종은 자신의 아들에게는 똑같은 경험을 주고 싶지 않았을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싸고 돌 수 밖에. 그나마 이 책에 나와있는 부자지간 중에서는 결말이 평온한 편이라 안심이다.

선조와 광해군

아들을 질투하는 아버지??

개인적으로 선조에 대해선 좋은 감정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이 책을 읽어도 그리 와닿지 않는다. 결국 자기 안위 때문에 아들의 자리를 뒤흔든 무정한 아버지니깐 말이다.

이 책에서 선조가 능력있다고 표현했는데 내겐 오히려 마이너스다.

그리 능력 있었는데, 일을 이렇게밖에 처리하지 못했다는거?? 모르고 한 것과 알면서도 한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인조와 소현세자

청나라에 대해서 우호적으로 변한 아들..

그런 아들에게 왕 자리 뺏기고 쫓겨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아버지.

내가 싫어하는 군주라고 하면 주저없이 꼽는게 선조랑 인조인데..차례로 나오니 속이 참 안 좋다.

초반에는 그리 좋던 부자사이가....전쟁과 외세의 간섭으로 엉망이 되었다고 나와있는데....

애시당초 전쟁 원인 제공자가 인조의 잘못된 외교정책이었던 걸 생각하면, 자신이 잘못해놓고서는 엉뚱한 사람한테 화내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영조와 사도세자

뒤늦게 얻은 귀한 아들...

자기의 기대에 부합하길 원했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엄한 눈길 속에 미쳐버린 아들.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는 잘난 아버지는 너무 오랫동안 권력의 정점에 있었는데...이제 그 자리를 (비록 아들이지만) 넘겨줘야한다는게 아마 아쉬웠을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본인 잘난 건 생각 안하고 아들에게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다보니, 실망만했던것 같다.

보통의 아버지라면 다그치는것과 달래는 것을 적당히 섞어서 했을텐데....

영조는 다그치는것 밖에 할 줄 몰랐고, 사도세자는 그런 아버지의 눈치를 보느라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평범한 아버지와 아들이었다면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남들이 그리 우러러보고 바라는 권력의 정점, '왕'과 그 후계자이기에....부자지간에 앞서 경쟁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더 앞서서이지 않을까?

그놈의 권력이 뭔지....

어리버리한 이미지는 tv속 이미지일 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 - 숙종실록 - 공작정치, 궁중 암투, 그리고 환국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8월

증조할아버지 인조는 약한 명분으로 반정을 일으켜서 옥좌를 빼앗고, 호란으로 청나라한테 제대로 깨져 왕으로서의 체면 다 구김.

할아버지 효종은 장자가 아닌 둘째라는 이유로 적통성에 금이 쫙-

아버지 현종은 효종의 적통성 문제 때문에 발생한 예송논쟁으로 제위 기간동안 시끌벅적.

태어날 때부터 왕위 계승자 꼬리표가 달린 숙종은 위의 3명에 비해 비교적 여유로웠고 그래서 자신만만했었던 것 같다.

막판에 현종이 예송논쟁에 대한 견해를 바꾸긴 했지만 제대로 정리하기 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서인이 정국을 장악한 상태는 변함이 없었다. 그럼에도 정국을 장악하고 있는 서인들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던 숙종은 결국 서인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송시열을 정리해버린다.

사극을 통해 보여지는 두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바보같은 숙종은 단지 tv 속 이미지일 뿐이다.

장희빈에게 당해서 조강지처 내쫓았다가 다시 받아들이는 식으로 뭔가 바보같이 그려지곤 했었는데...숙종이 장희빈과 인현왕후를 이용했다는게 더 나은 해석인 것 같다. 장희빈과 인현왕후가 기반으로 한 남인과 서인 세력의 싸움을 이용해 왕권 강화를 도모했는데, 이 문제는 나중에 경종(남인이 미는 임금)과 영조(서인이 미는 임금)의 신경전까지 이어지게 된다.

약간의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백두산 경계비를 세워 영토도 확정을 했고, 억울하게 죽었다고 할 수 있는 자들의 신원도 복귀해줬으며 민생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업적이 없진 않지만...부인들마저도 왕권강화의 수단으로 이용한 것 같아 인간적인 매력은 많이 반감하는 것 같다.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ㅣ 천재가 된 홍대리
이지성.정회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8월

나의 학창 시절은 정말 조용했었던 것 같다.

대범한 생김새와는 달리 무척이나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친구 사귀는게 힘들었다.

거의 한 학년이 다 지나갈 때쯤에야 손에 꼽을 정도의 아이들에게 겨우 말을 붙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친구도 만들고 싶고 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책을 읽었다.

매 학년 새로 시작할 때쯤이면 교실에 가득한 책들을 읽는게 유일한 즐거움이 되었다.

중학교 입학하고, 도서관 근처로 이사를 가면서 정말 문턱 닳도록 도서관 들락거렸다.

그 때가 최전성기였던 것 같다.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읽은 책의 80% 가까이는 중학교 3년 동안 읽은 책들이다.

책을 많이 읽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나에게 이득되는건 없었다.

가끔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의 돌발적인 질문들(교과서 밖의 이야기? 어떤 인물이 쓴 책 이름이나 율곡 이이가 9번 장원을 했다는 등의 개인사? 소주 재료는 고구마라던지 뭐 이런것들...?)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었다는 것 말고는. 

독서는 분명 권장사항이었지만 수학 문제, 영어 문제  하나 더 맞는게 중요하던 시절이라 성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안되는 지식들은 잡지식에 불과했었다.

분명 독서를 하는건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다들 그러는데, 딱히 뭔가 건진 것도 없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뭐가 잘못됐는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독서를 재미있는 취미생활 수준으로 하고 있었기에 발전이 더뎠던거라 생각한다.

방법을 좀 알 것 같으니깐 바꿔봐야겠다. 

설득력있는 이야기 진행방식과 신선한 결론

진시황의 비밀 - 역사가 감춰온 진시황의 열두 가지 미스터리를 추적하다
리카이위엔 지음, 하병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진시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

천하통일, 시황제, 분서갱유, 불로장생, 병마용? 등등...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 진나라. '황제'라는 호칭을 만들고 가장 먼저 썼던...그래서 '시황제'라고 불리우는 진왕 영정.

생각보다 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진시황은 중국 통일을 처음 이룩한 왕이라는 점에서만 박수를 받을 뿐, 대부분은 비난과 악평이 자자한 인물이다.

그는 그렇게 비난받아 마땅한 인물인걸까?

가장 말 많은 부분이자 원색적인 비난의 시작인 진시황의 친부 논쟁.

진시황의 아버지는 장양왕인가? 여불위인가?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사마천은 <사기> 진시황본기에서 장양왕의 아들 진시황이라고 명기해놓고서는 여불위열전에서는 여불위의 아이를 임신한 조희가 자초(장양왕)에게 시집을 갔다는 식으로 상반된 기록을 남긴다. 어느 쪽을 믿어야할까? 사마천은 왜 이런식으로 기록을 남겨서 사람 헷갈리게 하는걸까? 작가는 관련자인 여불위, 조희, 자초 등의 인물들의 상관관계를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간다.

부소 대신 호해가 후계자가 된 배경과 진시황의 폭군 이미지에 많은 기여를 한 분서갱유에 대한 다른 시선. 

단순한 반란 사건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성교의 난과 노애의 난이 사실은 한나라계와 초나라계 조나라계의 외척간의 세력다툼이었다면?

책의 전개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고 있지만 결국은 한 가지 이야기로 귀결된다.

무언가 안개에 싸여있는 듯한 진시황의 일생에 대한 새로운 접근.

수사라도 하는 것마냥 관련자들을 전부 모아 하나하나 따지는 식으로 글을 풀어내는데..

작가 스스로 이 책을 역사추리서라고 말했을만큼 왠만한 추리소설 뺨치게 글을 적어놨다. 그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니 말이다.

물론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진실은 하나지만 관점은 여러개 존재할 수 있다. 같은 인물 혹은 사건에 대해 사람마다 견해가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이건 역사를 기록하고 남겨놓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니깐, 무엇이 진실이다라고 확실히 말하기 힘들다. 근래의 일도 아니고 무려 2천년 전 이야기니 더더욱 그렇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 진행방식에 결론 또한 상당히 신선한 책이었다.

황궁의 성

황궁의 성 - 치정과 암투가 빚어낸 밤의 중국사
시앙쓰 지음, 강성애 옮김, 허동현 감수 / 미다스북스 / 2009년 7월

황제도 사람이고 황궁이라는 곳도 사람 사는 곳인데, 일반적인 일들이 안 벌어진다는게 더 신기한거다.

오히려 갖고 싶은 거 다 가질 수 있고, 하고 싶은거 다 할 수 있으니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거란 생각도 든다.

중국을 지배한 사상을 살펴보면 도교, 불교 등의 영향도 적지 않게 받았지만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건 유교였다.

유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건 충과 효인데, 효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자손을 낳아 대를 잇고 번창하는 거였다. 조강지처를 버릴 수 있는 조건인 칠거지악에도 아들을 못 낳는게 포함되어있을 정도니 이건 기본이자 중요한 의무였던것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그런데, 권력 최고 정점인 황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오히려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황제였기에, 황실의 번영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여자들을 여러명 취할수 있었다.

황제의 곁은 권력이 집중되는 곳이다보니, 권력을 얻기 위해 혹은 지키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삼촌과 조카의 결혼(한혜제)같은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상식 밖의 이야기들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 읽고 난 뒤의 감상이라고 하면...성(性)이라는 제목에 살짝 낚인듯한 기분이다.

앞부분 황실의 성교육 부분과 뒷부분 (12장 궁중의 내시들 13장 황실의 문화생활 복식)을 제외한 중간 부분은 여기저기서 많이 본듯한 내용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겠지만 중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아서 흥미가 떨어질 것 같다.

(이 책에 나와있는 황제의 여자들에게 관심이 간다면, 단편적인 이야기 밖에 없긴 하지만..샹관핑의 <중국사 열전 : 후비>를 참고하는게 좋겠다.)

덧.

책 첫장에 언론사 기사랑 자료 사진들 몇 장 나와있는데...아들의 아내를 취한 당고종 <-이 부분 잘못된 것 같다.

여기서 말하고자 한 사람은 며느리 양귀비를 취한 당현종인 것 같고..당고종은 아버지(당태종)의 여자였던 측천무후를 황후로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