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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나르시시스트 프랑스
이선주 지음 / 민연 / 2005년 8월
평점 :
'알다'라는 말에는 참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 ①경험, 학습, 정보를 통하여 모르던 것을 깨닫다 ②어떤 것을 이해하는 지식을 가지다 ③기술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다 ④어떠한 것을 이해하다 ⑤사귐이 있거나 안면이 있다 ⑥바로 판단하여 의식하다 ⑦가치가 있다고 여기거나 소중히 여기다 ⑧인정하다 ⑨어떤 일에 상관하거나 아랑곳하다 ⑩분별하거나 판단하다 ⑪어떻게 여기거나 이해하다. 그러나 그 하나하나의 뜻이 분명하고 정확하게 구별되어 사용되지 않는 까닭에 우리는 때로 혼란과 무지와 착각으로 인한 오해 속에 빠져들곤 합니다. 그뿐인가요? 저만 아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혼란과 무지와 착각일 수도 있는 것을 전파하려는 욕심까지를 부리곤 합니다. 자연스레 어떤 대상에 대한 저 자신의 이해를 풀어서 설명하는 해석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지요. 뭐 사실 눈 뜨면 만나는 세상에 대해 어찌 입 다물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여 오늘 또 한 권의 책을 접했습니다.
해석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관찰한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묻는 것이죠. 해석이 필요한 이유는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언어적․문화적․문학적인 장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 책, <유럽의 나르시시스트 프랑스>는 제대로 된 의문을 품고 출발했다고 보여집니다. 외국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관점이 우열을 비교하거나 아니면 관광객의 시선 그것에 다름 아니었다는 지은이의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열네 해 프랑스에 머물면서 그 세상에 있되 그 세상에 속하지 않은 자의 시선으로 본 바를 모국어로 옮겨놓았군요.
“무슨 색깔 좋아해?”
“사데팡.”
“무슨 노래 좋아해?”
“사데팡.”
하하하! ‘사데팡’이라는 프랑스 말, 앞으로 자주 애용하게 될 거란 예감이 팍 옵니다. 대상이나 목적, 방법, 장소, 시간, 취향, 소재나 주제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그때그때 다르다는 말이랍니다. 우문현답이올시다!
“프랑스를 아십니까?”
글쎄요,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할 수 있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음, 그렇단 말이지’를 연발하며.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불쑥 내 앞에 지은이가 나타나 “이제 프랑스를 좀 알겠어요?”라고 들이댄다면 그의 면전에 내가 해줄 말, “사데팡!”이올시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건, 책을 읽기 전의 사데팡과 읽은 후의 사데팡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그 농도가 무척 진해졌거든요. 단맛도 짠맛도 그 달고 짠 정도가 각기 다르듯이 이 가을 한껏 높아진 하늘색이 그저 파랗게만 보이진 않는군요.
오만가지 파란 가을하늘을 보듯 오만가지 다른 시각의 프랑스를 만나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