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교양 - 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 생각뿔 인문학 ‘교양’ 시리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엄인정.김형아 옮김 / 생각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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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괴테의 이름을 본 게 언제더라. 기억대로 만약 대학 시절이라면 대략 십오 년만에 그를 만나는 셈이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운명적 사랑, 낭만주의에 매혹되었던 젊은 시절에 가슴앓이하며 읽은 책이다. 당시에는 특정한 한 사람과의 연결이 내게 그 무엇보다 특별하다면, 상대가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젊음을 지나고보니 그건 상대보다는 대체로 나의 특성에 더 가까웠다. 그 사람 외의 다른 사람과는 깊은 연결을 맺을 수 없는-그리하여 결국은 그와도 깊은 연결을 맺을 수 없는- 나 자신의 서툰 관계맺음이 더 중요한 원인이었던 거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생각을 젊은이가 떠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젊은이에게는 젊은이의 시절이 더 중요한 것. 아마 나로서도 젊은 시절에 이 생각을 받아들여야만 했다면 그건 괴로운 일이었을 거다. 마흔이 된 지금 같은 생각을 떠올렸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어쩌면 우린 저마다 각자의 인생을 각자의 시절에서 사는지 모른다.

이 책은 괴테의 여러 저서에서 명문장을 뽑아 엮은 것이다. 옮긴이가 나름의 감상을 단 문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문장도 있다. 내게는 대체로 젊은이의 감성에 가까운 문장들로 여겨졌다. 깊이 빠져들 수 있었던 문장이 많지는 않았다. 마음을 빼앗긴 드문 문장 중 하나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 인용된 다음의 문장이다.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는 거겠지요. 그다음 예의라는 이름의 위로의 박수가 터지고 저는 그것을 거부하며 저주를 퍼부을 것입니다. 저는 무릎 꿇지 않겠습니다. 필연성이란 이름에 주저앉지 않겠습니다. 저를 파괴시키는 것이 어떻게 필연일 수 있겠습니까?

JTBC <싱어게인>의 여운 때문에 당분간은 유머를 잃어버린 채 진지한 문투의 글을 쓰게 될 전망이다. 그 프로그램은 정말이지 강렬했다. 만일 괴테가 <싱어게인>을 보았다면, 또 하나의 위대한 문학작품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다. 

우리는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29호 가수와 30호 가수가 오랜 무명을 벗고 꽃피는 모습을 방송으로 보며 한껏 열광할 수 있는 시대 말이다. 새드엔딩이 아니라 해피엔딩에 진심으로 열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그리하여 새드엔딩에 가슴앓이 했던 지난날들을 덤덤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세월이 흘렀고, 그 흐른 세월이 덧없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편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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