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위한 공부천재가 된 재석이
조희전 지음 / 진한엠앤비(진한M&B)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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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튀는 책
통통 튀는 책이다. 현직 교사가 저자라서 내용이 어떻든 일단 문체가 진지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마치 인터넷 게시판의 유머 글같은 문체에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책의 첫 문장은 아래와 같다.

공부에 자신 없고 매사에 부정적인 재석은 어느 날 자살을 결심했다.

요즘 무척 핫한 싱어게인의 유행어를 빌려 이 책의 첫인상을 말하면 이렇다. "쟤 뭐야?"


서평 이벤트를 신청한 이유
이 책의 서평 이벤트를 신청한 이유는 (1)10대를 위한 공부법을 알고 싶고, (2)재석이가 만난 수많은 공부 고수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첫째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업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셈이다. 초등 고학년 학부모로서 자연히 아이의 학습과 공부에 관심이 커졌고, 때문에 이 책의 서평 이벤트에 응모하게 됐다.


책에 소개된 공부 고수들과 그들의 공부 습관
책에 소개된 공부 고수들은 <박철범>, <반기문>, <김동환>, <강성태>, <세종대왕>, <박원희>, <금나나>, <고승덕>, <이형진>, <조승연>, <장승수>, <이건희>, <홍정욱>, <안철수>, <정약용>, <디즈니>, <빌 게이츠>, 총 17명이다. 고수들 대부분이 직접 공부에 관한 책을 썼다. 그 책들을 읽고 엑기스를 추린 다음, 주인공 재석이의 상상 모험(각 고수들을 만나 미션을 하나씩 받고 이를 해결하면 메달을 얻는) 형태로 이야기를 꾸린 것이 이 책의 1부다.

주인공 이름 '재석'은 베스트셀러를 내고 싶은 작가의 바람이 담긴 작명이다. 예능 천재 유재석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작가는 20여 권 정도의 책을 집필했는데, 그 책들이 다 아쉽게도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재석이의 모험이 이어지는 중간중간 작가가 1인칭 시점으로 개입해서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가 또한 놀랍다. 원래는 의대를 꿈꾸었고, 아쉽게도 학업 성적이 미치지 못해 의대를 가지 못했고, 교육대학을 나와서 지금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지만 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초반에 무척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놀라운 솔직함이다.

못다 한 공부에 미련이 남아서 공부 고수들이 쓴 책을 보며 공부법을 연구했다는 저자, 그는 1장 후반부 <공부 고수들의 공부 습관 50>이라는 코너에서 자신이 연구한 공부법의 정수를 전해준다. 그중 11번과 12번에 대해 수다 거리가 생각 나서 아래에 옮겨 적는다.

11. 공부는 꾸준히 하는 것이다
공부는 꾸준히 하는 것이다. 공부는 마라톤이다.

12.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상위권들이 쉽게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유는 하위권들의 자포자기에 있다. 그들은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포자기 해버린다. (141p)

공부든 사회생활이든 성공 스토리에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요소는 ①절박하게 ②열정을 가지고 ③끈기있게 하라는 조언이다. 헌데 책을 읽을 때는 마음에 와닿던 이 조언들이 책을 덮으면 늘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다. 무엇이 문제일까?


'실행지침'과 '동력' 구분하기

이 문제를 풀려면 먼저 조언을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한다. 모든 조언은 '실행지침'과 그 '동력'에 대한 이야기로 구분된다.

1. 실행지침 : '장기적으로 꾸준히 하라'
2. 그러기 위한 동력: ①절박함 ②열정 ③끈기 ④몰입 ⑤재미 ⑥의미 ⑦습관 ⑧약속 ⑨동기부여 등

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나는 죽는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라. 벼랑끝에 매달린 채 동앗줄을 붙잡고 있는 마음으로 공부하라.
② 8시간을 공부했다면 다음 목표는 10시간이다. 10시간을 달성하면 그다음은 12시간이다. 현재에 만족하지 마라. 항상 더 공부해라. 끝없는 열정을 가져라.
③ 공부란 건 누구나 괴롭다. 괴로운 걸 참고서 끝까지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중요한 건 끈기다.
④ 몰입을 못하기 때문에 이러쿵 저러쿵 핑계를 찾게 된다. 몰입하면 이 세상에 공부와 나밖에 남지 않고 다른 모든 것은 잊혀진다. 그렇게 공부하면 심지어 공부가 무척 즐겁기까지 하다.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효율이 다르다. 몰입하라.
⑤ 공부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없다. 공부의 목표는 지식을 머릿속에 우겨넣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도록 생각하는 능력, 필요한 지식을 찾아서 배우는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뇌는 재미를 느낄 때 그 기능이 활성화된다. 뇌가 활성화될 때 적극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공부 재미를 경험하는 게 우선이다.
⑥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하나다. '왜 공부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왜 사는지를 모르면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괴로운 것처럼 왜 공부하는지를 모르면 공부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의미'다. 왜 공부를 하는지 그 의미를 알아야 한다. 공부는 자아를 실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⑦ 공부가 꾸준히 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부 습관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습관이 붙으면 저절로 하게 된다. 작은 습관부터 66일 동안 실천하라.
⑧ 사람은 무엇이든 혼자서 하는 일은 잘 못하게 되어 있다. 스터디를 만들어 서로 공부 약속을 하면 약속 때문에라도 공부를 하게 된다. 목표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라. 그들에게 어떻게 공부할 것이라고 선언하라. 공부 약속을 하고 그것을 지켜라.
⑨ 먼저 되고 싶은 직업을 정하라. 그다음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하라. 그러기 위해 필요한 점수를 확인하라. 동기부여가 확실하지 않으면 흐리멍텅하게 공부하게 된다. 확실한 동기부여를 찾고, 끈기있게 밀어붙여라.

어떤가. 위에 적은 내용들 모두 어디선가 어느 책에선가 본 기억이 있지 않은가? 자, 이제 문제를 풀어보자.
공부를 잘 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다.'
올바른 방법은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이고, 꾸준히 하는 것은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전자는 지식을 알면 해결되는 문제고 후자는 실천의 문제다. 유튜브 시대, 정보 경제의 시대에 전자는 문제라고 할 만한 부분이 아니다. 조금만 품을 들여 찾아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문제는 후자이고, 여기서는 후자의 문제를 다룬다.

그동안 우리가 겪은 혼란은 '동력'을 '본질'과 혼동한 데 따른 것이다. 공부 문제의 본질은 '꾸준히 하는 것' 하나뿐이다. 다만 그러기 위한 동력이 다양했을 뿐이다. 동력은 그 자체가 본질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 가능'하다. 위에 언급한 총 아홉 가지 동력 중에서 어느 것을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일뿐 문제해결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니 중요한 생각은 이것이다. '무엇이든 동력으로 삼아도 된다.'

이 해결책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가지 위력적인 조언들 속에서 자신의 중심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번을 동력으로 즐겁게 공부해나가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1번을 강조하는 공부의 신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특별한 성취를 이룬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런 절박함 없이 그저 즐겁게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자기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합니다. 적당히 설렁설렁해서는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습니다.' 공신의 선언에 마음이 크게 흔들린다. '그래 저 말이 맞는 것 같아. 난 너무 편하게 공부하고 있었나봐.' 그러면서 절박함을 느끼기 위해 애쓰기 시작한다. 불안함, 초조함, 막막함이 생기고, 공부 리듬이 흐트러지고, 공부가 잘 안 될수록 절박함이 부족해서일 거라 짐작하고, '더 절박해져야 해'라며 자신을 채찍질하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혼돈 속에서 악순환이 시작되는 거다.

자신만의 동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동력을 다른 것으로 대체할 필요는 없다. 동력은 이를테면 내공심법이다. 오랜 세월 익힌 자신만의 무공인 거다. 더 나은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무공을 깊이 익히면 될 뿐, 자신의 무공을 버리고서 다른 무공을 익힐 일은 아닌 것이다.


서평 마무리

서평을 쓰다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공부를 오래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동력을 찾는 것이 첫째이고, 늘 밥만 먹으면 심심하듯 때때로 다른 동력도 반찬 삼아 해나가도 좋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성공 스토리 책이 갖는 보편적인 문제는 성공한 이가 '자신만의 동력'을 모든 이에게 '성공의 비결'로 가르치는 데 있는데, 이 함정을 피해가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공부법, 독서법, 성공법 등 어떤 것이든 '해내는 스토리'를 찾아 읽는 독자들은 이 부분을 유념하여 책을 읽으면 보다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여러 공부 고수들의 공부법을 다루기 때문에, 한 이야기에 너무 푹 빠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성공 스토리에 대한 저항 능력'을 독자 자신도 모르게 키워주는 셈이다. 다만 오탈자와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조금 있어 읽을 때 이를 감안해야 한다.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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