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게임 - 심리 편향에 빠진 메이저리그의 잘못된 선택들
키스 로 지음, 이성훈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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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카너먼

나는 요즘 가치투자자로 거듭나기 위해 열심히 주식 책을 읽고 있다. 그런 내게 최근에 가장 많이 쏟아진 이름이 바로 '대니얼 카너먼'이다.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그는 심리학자다. 기존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토대로 이론을 전개했는데, 대너먼은 경제적 의사결정은 대부분 불확실성 하에서의 결정이라는 맥점을 짚었다. 상황이 불확실하면 인간은 직관적인 의사결정을 주로 내린다. 여기서의 직관은 합리의 반대말이다. 카너먼 교수는 이 비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체계적으로 학문적으로 집대성했다. 카너먼 교수는 '심리학 연구의 성과를 경제학과 접목해, 특히 불확실성 속 인간의 판단과 의사 결정에 관한 통찰을 제시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대표작 『생각에 관한 생각』은 메이저리그 프런트 오피스에서도 유행했던 모양이다. 이 책의 작가 키스 로는 2014년 봄에 『생각에 관한 생각』을 만났고, 이를 야구 분석에 접목했다. 그는 류현진 선수의 현 소속 구단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스탯 분석을 총괄하다 2006년부터 13년간 ESPN에서 야구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현재는 '디 애슬래틱'의 선임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했고, 카네기멜론대학교 태퍼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관점에서 메이저리그 사건들을 해석하다 

이 책 들어가는 말에 적힌 저자의 글이다.

이 책, 『인사이드 게임』의 아이디어가 처음 떠올랐을 때, 나는 책의 방향을 놓고 두 가지 길 사이에서 고민했다. 야구 예시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설명하느냐, 아니면 인지 심리학자들과 행동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마음의 작동 방식을 통해 야구 역사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을 설명하느냐. '야구'와 '심리학'을 묶어 이야기를 풀어, 독자들에게 심리학의 기본 상식을 제공해 책을 덮었을 때 뭔가를 배웠다는 충족감을 주겠다는 아이디어는 마음에 들었지만, 어느 길로 가야할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보기로 했다.

사실 책은 한 마리 토끼를 사냥한다. 행동경제학으로 메이저리그의 역사적 사건들을 설명한다. 그런데 왜 저자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하느냐 하면,

이 책은 야구에 대한 책이다.
그렇지만, 야구에 대한 책으로만 읽히지 않기를 희망한다.

아마도 독자층을 넓혀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서술은 거의 농담이다. 서평의 후반부에 다시 이야기한다.)


어떤 내용들? 일부 목차와 맛보기 설명

Chapter 01 '로봇 심판'이 추진되는 이유
'기준점 편향'은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포함한 모든 판단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
▶ 동전 던지기. 다섯 번 연속 앞면이 나왔다. 여섯 번째 던지기에서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똑같이 5:5이지만 사람들은 뒷면이 나올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Chapter 02 빙산의 크기를 일각으로 판단하지 말라
'가용성 편향'이 스포츠계 담론 형성에 끼치는 영향
▶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중 익숙한 것에 가중치를 더 부여하여 선택하는 것.

Chapter 03 (지려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길 때가 있다?
'결과 편향' 혹은 승리라는 결과에 묻히는 모든 과정
▶ 감독이 야구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시합을 했는데도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을 했다면? 사람들은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으로 판단한다.

Chapter 04 항상 해 왔던 대로
'집단 사고'가 야구의 그릇된 통념을 강화하는 이유
▶ 다음 타자가 강타자면 투수가 승부를 더 많이 걸어 올 것이므로, 타자의 성적이 좋아진다. 이를 '다음 타자 보호 효과'라고 하는데,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런 효과는 허상이라고 이미 밝혀졌다고 한다.

Chapter 05 클레이튼 커쇼 1명당 잊힌 이름 10명이 있다.
기저율 무시, 그리고 고교 투수 1라운드 지명이 여전히 나쁜 선택인 이유
▶ 제2의 커쇼를 뽑기 위해 여전히 투수 1라운드 지명이 많이 행해지는 상황. 그런데 1라운드로 지명한 투수의 메이저리그 생존율이 10%에 불과하다면?

Chapter 06 역사는 승자에 의해 써진다
투구수 논란, 그리고 '놀란 라이언'이 반론의 근거일 수 없는 이유
▶ 흥미롭다. 책에 투자회사 '모닝스타'의 이야기가 적혀 있어서다. 

2005년에 발간한 책 『틀리지 않는 법 : 수학적 사고의 힘』에서 조던 엘렌버그는 생존편향을 뮤추얼 펀드의 수익률 통계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그는 뮤추얼 펀드에 대한 분석과 추천을 하는 금융 서비스 회사 '모닝스타'의 리포트를 인용했다. 리포트에서 '라지 블렌드'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된 뮤추얼 펀드는 1995년부터 2004년 사이에 연평균 10.8퍼센트의 수익률을 냈다고 소개됐다. 같은 기간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을 넘는 훌륭한 결과다. 엘렌버그가 지적한 문제는, 10.8퍼센트라는 수익률은 승자만을 계산한 결과라는 것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뮤추얼 펀드까지 포함하면, 10년간 수익률은 8.9퍼센트로 떨어진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 10.4%에 많이 모자란다. 죽은 자를 세지 않으면, 모두가 살아 있는 것이다.

이 논의는 중요하다. 성공사례들만 모아서 공통된 성공요인을 찾아냈다고 광고하는 베스트셀러가 많은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분석이 되려면, 해당 성공 요인을 가졌음에도 실패한 사례들은 있는지 조사되어야 하고, 이에 대해서도 분석해야 뇌피셜이 아닌 과학적인 연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 13 Chapter로 이루어진 책 : 두 마리 토끼의 뒷다리를 다 잡다

오늘 서평의 컨셉은 내 이야기를 최대한 하지 않고 담백하게 책의 이야기만 전달하기이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참고 문헌이자 추천 서적인 책 10권의 목록이 제시된다.

1. 대니얼 카너먼 : 『생각에 관한 생각』
2. 리처드 세일러 : 『넛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 1. 보다 대중적
3. 댄 애리얼리 : 『상식 밖의 경제학』 - 1. 보다 대중적 
4. 게리 스미스 : 『표준 편차』 - 기자와 기업주, 정치가, 심지어 과학자들이 어떻게 통계를 이용해 사람들을 호도하는지 보여주는 책
5.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대니얼 사이먼스 : 『보이지 않는 고릴라』 -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6개의 인지 오류에 초점을 맞춤
6. 마이클 모부신 : 『왜 똑똑한 사람들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Think Twice』는 200페이지도 안 되는 적은 분량으로 인지 편향과 오류의 종류, 작동 방식을 다룬다. 입문서로 손색 없다
7. 샹커 베단텀 : 『히든 브레인』 - 팟 캐스터의 책
8.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 『모두 거짓말을 한다』 - 구글의 서치 쿼리 데이터를 이용해 사회현상의 흥미로운 이면을 드러낸다.
9. 클로드 스틸 : 『고정 관념은 어떻게 세상을 위협하는가』 - 고정 관념은 야구계의 고질적인 문제이고, 다른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10.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 - 무작위적인 운이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명쾌하게 드러낸다.

테드 윌리엄스의 『타격의 과학』을 주식 투자 서적으로 탐독했던 나는, 이 책을 주식 투자 서적이면서 동시에 메이저리그 야구에 대한 교양 서적으로 읽었다. 행동경제학 지식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준다기보다는 이런 학문적 지식이 있고 이렇게 야구 분석에도 흥미롭게 쓰이는데 읽어보지 않을래? 하는 안내서에 가깝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대한 교양 서적으로서는 무척 흥미롭다.
생각해보니 야구 전문가는 행동경제학의 안내서로 이 책을 읽으면 좋겠고, 행동경제학 전문가는 해당 학문의 실제 분야에 대한 적용 사례를 익히면서 메이저리그에 대한 교양도 쌓기, 목적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저자가 두 마리 토끼를 노리며 쓴 이유가 여기 있었다.


서평 마무리

주식 가치투자자로서 내가 이 책을 읽고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 가깝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독서 일정이 비어 있었다면 바로 다음 책으로 읽어도 좋았을 정도다. 두 번째 소득은 읽을 만한 책의 목록을 얻었다는 점이다.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책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보조개를 지닌 사람과도 같다. 그가 욕을 해도 보조개를 보이면서 욕하면 욕도 들을 만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꼭 아내가 보조개가 있어서 이런 비유를 적은 것은 아니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아내가 욕을 하는 상황은 아직까진 겪어보지 않았다) 세 번째 소득은 메이저리그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거다. 오늘 예능 프로 <집사부일체>에 류현진 선수가 나왔는데, 그의 내년 활약을 구경하는 일이 사뭇 더 재미있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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