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멸의 조선사 - 지배 권력에 맞선 백성의 열 가지 얼굴 지배와 저항으로 보는 조선사 2
조윤민 지음 / 글항아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각 장의 도입부마다 마련된 짧은 에피소드 덕분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완결된 소설 형식의 이야기들은 며칠을 두고 읽겠거니 했던 계획을 기분 좋게 줄여주었다. 하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았고, 애잔하면서도 가슴 아린 조선 민초들의 삶의 무게는 그 어떤 서술보다 깊게 마음을 울렸다. 한 겨울 나무를 하러 갔다 얼어 죽은 남편과 지아비를 살리기 위해 부둥켜안고 체온을 나누다 함께 얼어 죽은 가난한 부부의 이야기는 책을 덮은 지금도 계속 머리에 남아 맴돈다. 왜 그들은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던가...

 

 

선택받은 혈통 양반들의 지배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지극히 보잘것없는 존재, 민초들. 그들은 농부, 어부, 수공업장인, 광부, 상인, 도시노동자, 광대, 기생, 백정, 노비들이었다. 조선 백성들을 직업별로 소개한 책들은 여럿 있지만 이들이 양반 지배층의 통치 행위에 어떻게 반응하며 삶을 견뎌왔는지, 아니 살아내었는지 그 관계 맺음에 주목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닐까 싶다.

 

 

어느 역사든 명과 암이 있기 마련이고 공과 시비가 있기 마련일터. 일명 양반이라 불리던 조선지배층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런 면에서 그 긍정의 시선 너머에 있는 그늘진 모습에도 관심을 두는 것이야 말로 조선이라는 사회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혹자는 식민사관을 운운하기도 하지만 이런 풍조는 오히려 조선시대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이해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경우가 있다고 본다.

 

 

저자의 전작 ‘두 얼굴의 조선사’에 이은 4부작 시리즈 중 두 번째 저작이라는데 전작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파악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듯싶다. (‘두 얼굴의 조선사’를 일고 받았던 강렬한 충격이 이 책을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된 가장 큰 동기이기도 하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조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온 나라 양반되기’ 열풍의 그 첫 번째 단계, 좋은 대학가기라는 목표를 위해 12년간 짓눌려 온 짐에서 잠시 해방될 그 아이들이 이모의 ‘책’선물을 기쁘게 받아들일지 의문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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