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조선사 - 군자의 얼굴을 한 야만의 오백 년 지배와 저항으로 보는 조선사 1
조윤민 지음 / 글항아리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두 얼굴의 조선사는 읽는 이에 따라 상당히 다른 평가를 받는 책으로 보인다. 누구는 그동안 감춰진 조선지배층의 위선과 폭압의 통치방식에 대해 알게 해주었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구는 선비에 대한 기존 이미지와 매우 다른 이미지를 갖게 해준다고 한다. 이와는 다른 편에 선 누구는 시각이 한쪽으로 쏠린 게 아닌가 하고 우려를 나타낸다. 드물긴 하지만 또 다른 누구는 구도나 접근법 등에 문제가 있다며 아예 책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이 책에 대한 이런 각각의 반응은 평자 각자가 처한 입장과 태도를 반영하겠지만, 지나친 칭찬 일변도의 반응이나 과도한 평가절하는 이 책이 가진 장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동안 숨겨져 있었거나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조선지배층의 지배 전략과 통치 방식에 대한 다른 초상을 제시한 데 있다고 본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조선지배층에 대한 초상은 여러 가지이다. 몇 가지를 들자면, “기개와 청렴의 화신인 선비가 있으며, “민생을 돌보는 꼬장꼬장한 경세가도 있으며, “군주를 보필하며 왕도를 드높이려는 사림관료도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초상이 아닌 자신의 이익과 욕망에 충실한 지배자로서의 얼굴이라는 초상을 그리겠다고 한다. 유교도덕 정치의 이면에 숨겨진 욕망의 계급정치라는 초상의 실상을 지배-피지배라는 관점과 통치 전략적 틀을 구도로 드러내려 한다고 한다. 그동안 조선지배층에 대한 이런 초상을 언급한 책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이런 면을 다루고, 나아가 조선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이러한 면에 대해서 사례와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검토하고 체계를 갖추어 제시한 책은 없지 않았나 싶다. 물론 부족한 관심 때문에 미처 검토하지 못하고 놓친 책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이 가진 시점과 접근법은 조선사회의 지배 전략과 통치 방식을 드러내는 유효한 방식이라 여겨진다. 물론 이것만으로 그에 관한 모든 것을 드러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조선사회의 그러한 모습을 보는 데 이 방식만이 유효한 것도 아닐 것이다. 저자 또한 이 방식만이 유효하다고 고집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자신은 이 책을 통해 이 방식으로 한번 조선지배층의 지배전략과 통치방식을 분석해보겠다고 한다. 따라서 저자가 택한 시점이나 접근법 자체가 형편없다는 투의 비판보다는 그러한 시각과 접근법을 가지고 제대로 조선사회를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했느냐에 비판을 맞추는 게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기획의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물론 저자가 택한 접근법에 대해서 이를 정확하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 하는 점은 따로 논의할 문제로 보인다. 입장을 밝히자면, 조선사회 내지는 조선지배층에 대한 이 책의 접근은 결코 엉성하지 않다.

오로지 장점만을 갖춘 책은 없다고 본다. 또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책도 없다고 본다. “두 얼굴의 조선사는 읽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특히 읽는 사람의 처지와 사상 지향점에 따라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리는 책으로 보인다. 자신의 시각과 방법에만 맞추어 이 책을 읽어내고 판단하고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의 입장이나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악담을 퍼붓듯이 비난하거나 악의의 감정을 실어 이 책의 내용을 교묘히 왜곡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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