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 2017 제1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박상순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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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되면 설렌다. 3월이면, 추운 날씨도 점점 누그러질 것이고, 벚꽃이 필 것 같은 기운이 솟는다. 아직 따뜻한 봄이 오지는 않았지만, 마음만은 봄이 된 것 같았다.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은 제목만 보고 만나게 되었다. 지금 내 마음의 상태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궁무진한 떨림과 따뜻한 포옹으로 3월을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를 펼친 순간 반전이었다. 1~2연까지는 남녀의 애틋하고 풋풋한 사랑의 감정이 무궁무진한 일상 단어들의 나열로 밝고 경쾌했다. 하지만 3연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들의 나열로 그의 죽음을 노래했고, 무궁무진한 절망을 이야기한다. 앞이 경쾌하고 밝았기 때문에 3연의 절망과 슬픔은 더 슬프게 다가왔다. '월요일의 그녀 또한 차라리 없었다고 써야 할까.'라는 시구가 죽음으로 사랑도 그 어떤 것도 모두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은 제17회 미당문학상을 받은 박상순님의 수상작이다. 이 외에도 9편의 시가 더 들어있다. 그의 시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조금 어려웠다. 제목은 아름답고 서정적인데, 전체적으로 일상적인 단어들의 나열이 많았고, 죽음, 고독감과 같은 어두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박상순 님의 시를 읽고 이런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는데... 하고 스쳤던 시인이 한 분 있었다. 바로 세사르 바예호였다. 페루가 사랑하는 시인, 제목은 숫자로 가득했고, 슬픔과 고통을 속을 삭혀야 했던 그 시인이 떠올랐다. 봄으로 들떴던 마음을 잠시 추스릴 수 있는 시 10편이었다. 나에게 박상순 시인은 그의 시를 만든 무궁무진한 사연들이 무궁무진하게 궁금해지는 사람이었다.


수상작 이외에도 수상후보작 9명의 시들도 함께 묶여있었다. 김상혁, 김안, 김현, 신용목, 이근화, 이민하, 이영주, 이제니, 조연호 님의 6편씩 시를 함께 묶으면서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작가들의 시를 만날 수 있어서 독자로서 너무 좋았다. 

비록 떳떳하지 않은, 비겁한 삶을 산 미당이지만, 그의 시는 미워할 수가 없다. 아름다운 언어들을 잘 구사하였기에 지금도 미당문학공모전을 기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상자까지 10명의 시인들 또한 외국어가 판치는 대한민국 사회에 한국말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었다. 특히 일상의 언어들로 기독교 사상, 상징 등의 다양한 사상들을 잘 융합한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다. 


비록 책을 피기 전과 후의 반전은 있었지만, 시를 감상하기 전의 설렘, 반전, 슬픔, 승화 등등 다양한 감정들이 내 마음 속에 시 한 편을 그려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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