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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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3종류


 신년 초 tvN 어쩌다 어른에서는 2주에 걸쳐 철학자 강신주 님을 모시고 인문학 강의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한주도 빼지 않고 열심히 시청하는 시청자이자, 강신주 철학자님의 팬으로 2주의 시간은 생각할 거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죽음'과 '늙음'에 관한 것은 마주하기 어려운 주제였는데 강한 직면과 재미있는 입담으로 한걸음 마주하도록 하였다. 

 죽음에는 3종류가 있다고 했다.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들의 죽음. 사람들은 나의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지만, 사실 가장 슬픈 것은 '너의 죽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고 했다.  


 패드라 패트릭의 소설 <아서 페퍼>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빠져있는 아서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아내가 죽은지 1년이 되었지만, 아내가 살아있던 때처럼 같은 패턴으로 살고 있었고, 아내의 유품조차 정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슬픔에 잠겨있었다. 세상과 단절한 채, 잠을 깨기 싫을 정도로 아서는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강신주 철학자님이 말한 너의 죽음이 아서에게는 아내 미리엄의 죽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계속 지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아서 페퍼는 미리엄의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아내의 털부츠 속에서 8개의 장식이 달린 팔찌를 발견하며 아서의 생활은 180도 변한다. 코끼리, 꽃, 책, 팔레트, 호랑이, 골무, 하트 그리고 반지. 사실 그냥 아내의 것이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아서 페퍼는 그녀의 생전에 보지 못했던 것이고, 자세히 보니 코끼리에는 번호도 적혀 있어 전화를 걸고, 찾아가보면서 그의 여행은 시작된다. 그의 하루 생활의 패턴은 여행에 의해 사라지게 되었고, 여행은 진전될수록 자신이 알지 못했던 또다른 아내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서 이전의 삶은 스펙타클한 모험가였다. 자유분방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질투를 하기도 하지만 미리엄이 답답하지는 않았을지 걱정을 하는 아서의 모습에서 정말 사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모험가였던 그녀가 모든 것을 버리고 아서에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정말 괜찮은 남자라는 사실도 내포하고 있었다.


"아서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강하고 더 속 깊은 사람이었고, 그는 자신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발견이 마음에 들었다." -p226


 아서의 여행은 사랑하는 아내가 남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자 시작했지만, 여행을 통해 아서는 자기 자신을 치유했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무언가를 갈망함을 느꼈고, 성장했다. 처음에 미리엄이 왜 이런 팔찌를 남겼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그녀는 이런 큰 그림을 미리 그리고 그에게 남겼던 것일까?


세대간의 회복


 아서와 자녀들은 경직되어 있는 관계를 볼 수 있었다. 루시는 종종 아서를 돌아보기는 하지만 아버지가 늙어가는 모습에 책임감이 앞서는 모습을 보았다. 철학자 강신주는 부모님의 늙어가는 모습을 '무상'이라고 표현했다. 어쩌다 어른 강의에서는 자본주의가 세대간의 갈등을 조장한다고 하였지만, 이들의 관계는 그냥 조금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에서의 거리감, 그냥 큰 장벽이 있는 것 같았다. 아내가 있을 때에는 아내가 중간에서 관계를 잘 유지했지만, 아내가 없으니 자식들까지 모두 잃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루시는 아서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에 요양병원을 알아봐야 하는지 걱정했고, 댄은 무관심했다. 


 철학자 강신주는 말했다. 세대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어머니가 아이를 업어준 것 같은 친밀감의 경험이라고. 하지만 현대에는 부모와 자식간의 교류와 소통이 단절되어 가고 있다고 무섭게 말했다. 이렇게 분열되어 가는 사이에 더 커진 것은 권력과 자본이라고 말하며 사회적 구조가 변해야 한다고 했다.


 아서와 자녀들과의 큰 장벽을 허물어 준 것도 '추억'이었다. 아서가 루시와 댄을 슈퍼맨처럼 구해준 추억, 어머니가 좋아했던 그 장소 등등을 함께하며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아서 페퍼>와 '어쩌다 어른 강신주 편'은 정말 많은 부분에서 오버랩되었다. 그래서 함께 읽는 내내 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서 페퍼의 부제는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일 뿐, 아서페퍼는 그만의 자신의 삶의 여행자로 거듭났음을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느꼈다. 연초를 <아서 페퍼> 덕분에 행복하게 시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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