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인문학 - 조선 최고 지성에게 사람다움의 길을 묻다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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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력이 한 두장 남으면 생각하는 것이 있다. '벌써 연말이네. 올해는 잘 살았나?' 연초에는 파이팅하는 의지로 목표를 세우지만, 연말이 되면 그 뜻은 달력 종이와 함께 사라지고 후회만 남는 것 같다. 채우지 못한 안타까움,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 등 살고 또 살아도 늘 씁쓸한 이유는 내가 사는 방법을 잘 몰라서가 아닐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한 문장이 <율곡 인문학> 책을 펼친 이유이다. 평생에 걸쳐 '사람다움의 길'에 대해 질문하고, 성찰하며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 율곡 선생님께 묻고자 한다. 


 율곡 이이는 그가 20세에 쓴 <자경문>으로 대답했다. <자경문>은 어른 시절 정신적 지주였던 어머니, 신사임당을 잃고 4년간 좌절과 방황을 한 다음 더 이상은 자신의 삶을 낭비하지 않겠다며 지은 글이다. <자경문>의 원문은 이 책의 부록에도 나오는데 11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이다. 짧지만 뜬 구름 잡지 않고, 허황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문장이었다. 한정주 작가님은 <자경문>을 해체한 후 7개의 핵심 주제로 다시 통합하는 방식으로 저술했다. 7개의 핵심주제는 평생의 큰 뜻을 세우고 굳세게 지키는 일인 입지, 말을 다스리는 치언, 마음을 다스려 안정시키는 정심, 홀로 있는 동안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근독, 평생 배우고 익히는 공부, 성실과 정성 진성, 사람이 지켜야 할 정의이다. 


인생을 여행으로 비유하면, 독서는 여행에 앞서 지도를 살펴보는 것과 같고 

실천은 말과 수레를 준비해 실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 <율곡 인문학> p188 -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첫 번째는 입지라고 강조했다. 입지는 평생의 목표를 세우는 것인데, 율곡 선생님은 이를 삶을 완성하는 열쇠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그가 <자경문>을 쓸 때에도 입지가 매우 절실했다. 방황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강력한 철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이 책에서 가장 쉽게 읽을 수 없었던 부분이 '입지'였다. 내가 흔들리고 불안해 하는 이유도 사람다움의 철학이 없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잠겼기 때문이다. 항상 목표를 세울 때 시험에 합격하겠다, 자격증을 취득하겠다와 같은 사소한 것에만 매달렸던 것같다. 율곡 선생님은 나에게 한마디로 일침을 가했다. 


남을 위한다는 것은 남에게 알려지길 원하는 것이다. 

남에게 알려지길 원하는 사람은 명예와 이익을 원하는 것이므로, 

공부를 하는 근저에 사심이 깔려 있다. 

율곡은 이렇게 명예와 이익을 원하는 마음은 이미 

그 근본(큰뜻)을 잃은 것과 같다고 했다. 

명예와 이익을 원하는 사람은 배움의 길을 갈 때도 

다른 사람의 눈에 드는 것만 선택하고 그것만을 말하려 하는 법이다.

- <율곡 인문학> p38 -


 아직 철이 덜 들었는지, 아홉번 장원급제하신 율곡 선생님은 어떻게 공부를 했나 이런 자세로 4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또 선생님께 호되게 혼나는 서당아이처럼 부끄러워졌다. 사실 요즘 공부하고 있는 분야가 있어서 이 많은 부분을 어떻게 빨리 하지라는 고민과 함께 읽었다. 율곡 선생님은 나에게 요령을 피우지 말고 숙독을 하며 배운 것을 쓸모있게 활용하라고 말씀하셨다. 


 <율곡 인문학>을 읽고 나니 잠시 조선시대에서 성균관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는 <자경문> 외에도 <격몽요결>, <성학집요>, <율곡전서> 등 다양한 율곡 선생님의 책과 조선시대의 필독서들의 부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한 수 배울 수 있도록 인도해 준 작가님이 누군가 보았더니 낯익은 분이 계셨다. 지난 번 다산카페에서 저자 강연회 때 만난 한정주 작가님이셨다. 고전 연구가로 역사와 고전을 현대인들이 읽기 좋게 잘 해석해 다양한 책을 쓰신 작가님이라고 소개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마천의 <사기> 강연을 들을 때에도 재미있고 현대 사람들에게 공감할 만한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율곡 인문학>도 그랬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감사하다고 인사라도 표해야 겠다.


 2017년 씁쓸한 마음이 달래졌다. 그리고 더 희망차졌다. "사람다움이란 인간의 도리를 배워서 깨닫고 실천하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끊임없이 배우고 깨달아 평생을 실천하는 삶. 나도 율곡 선생님의 뒤를 걷는 현대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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