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운 배 - 제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이혁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맨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소설로 썼으며 그렇게 읽혔기를 바란다.'는 문구에서 오히려 소설로만 보기 더 어려워졌다. 뉴스의 작은 조각들이나 주변에서의 쉬쉬하는 소리들을 날실과 씨실로 엮은 것처럼 직조 있게 글을 써 내려갔기 때문이다. 작게는 기업소설이라고 하지만 점점 읽어 갈수록 하나의 중소기업을 넘어서 한 국가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저자의 냉철한 시각이 돋보였다.

 

# 거짓 같은 참

이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진수식을 마친 배가 누운 것으로 시작을 한다. 그 원인은 보는 사람마다 달랐고, 중요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그 원인에 나만, 우리만 있지 않으면 되었다. 사람들은 원인에 관해 말했지만 사실 책임에 관해 말했다.(p 20) 배가 누운 자리에 사람을 끼어 넣었다. 경영기획팀은 한 순간에 보험 업무를 맡으며 사고 원인은 천재지변, 자연재해로 맞춰 일의 방향을 잡았다. 업무를 배분하고 아무도 납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팀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진실을 거짓으로 묻었다.

[누운 배]1부를 보는 내내 세월호 사건이 계속 생각이 났다. 20144월 영문도 없이 국민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침몰해가는 배를 보아야만 했고, 끝끝내 살아나온 선원과 직원들은 왜 배가 그렇게 되었는지는 말 한마디 없었고, 책임만 말했다. , 사건을 정리하던 중 배의 노후와 같은 침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나왔음에도 언론은 감추려고만 하였다. 참 같은 거짓, 거짓 같은 참이 모조리 참이라고 믿어야 했다. 사장의 퇴임으로 2부로 넘어간다.

 

# 혁신

2부에서는 사장이 황 사장으로 바뀌었다. 임원들의 해명은 변명이, 변명은 핑계가 됐으며, 핑계는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무관심과 무책임은 이해력과 관찰력 부족, 관리 태만, 책임 회피, 분별력과 판단력 결여로 낱낱이 까발려졌다. (p161) 책임을 서로 미루던 회사의 과거 모습과는 달리 황 사장은 이런 회사의 어려움의 책임은 사장인 자신과 경영진에게 있다고 말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조금 피곤할 수 있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황 사장이 그런 모습을 닮고 싶었다.

요즘 기업에서, 현 정부가 많이 쓰는 단어 중에 하나가 '혁신'이다. 어떤 것이 혁신이라고 정의하지 않은 채, 새로운 것을 만들고, 새롭게 바뀌는 것이라며 두루뭉술하게 말한다. 황 사장의 인터뷰 중 그의 구체적 전술을 '혁신'이라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혁신이란 이렇습니다.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바꾸는 것입니다."(p176) 말은 곧 사람이라고 했던가. 황 사장이 말한 이 한 문장은 그 전의 사장과 차이를 두는 가장 두드러지는 면모였다. 전 사장도 매년 신년회 때, 혁신으로 회사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지만, 단어만 사용했을 뿐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황 사장은 달랐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거라고 이야기하며, 지금도 쓸모 있는 것,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것, 많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옳고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것만 과거에 남겨둬야 한다고 말한다.(p177) 황 사장의 언어가 좋아서 소설책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사에 줄 치고, 형광펜 치면서 이 책을 읽었다. 황 사장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언어로만 말하지 의미를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혁신은 무엇인가?

 

# 성장소설

누운 배는 거짓 같은 참과 참 같은 거짓의 앙상블이었다면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문 대리의 성장이다. 첫 장에서 나오는 그의 모습과 마지막에 나오는 그의 모습은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지만, 많이 성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회사의 계속해서 어려웠고, 힘들었지만 문 대리는 성장했고 그 굴레에서 나올 수 있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것일까? 그렇다면 왜 다른 사원들의 성장은 보이지 않았을까? 문 대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움 속에서 그는 항상 그의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마치 '미생'의 장그래 캐릭터와 닮았다. 묵묵히 어느 자리에서든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부서가 옮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적응하고 배우는 자세, 전직 잡지사 기사의 면모를 보여주는 등 자신의 자리에서 힘을 다해 최선을 끌어 올렸다. 누운 배의 진실을 덮고 추악한 모습과 문 대리의 역동적인 모습은 대비를 이루었다.

혁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옳고 바르다고 생각하는 그 행동을 구성원 하나하나가 남겨준다면 그것이 바로 혁신이고 성장인 것이다. 픽션이라는 재미를 넘어서 리얼리즘의 세밀함을 보여준 [누운 배] 저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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