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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Halloween ㅣ K-픽션 17
정한아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2월
평점 :
'할로윈'이라는 소설의 제목은 축제 분위기 같다. 미국에서 10월 31일에 유령이나 괴물분장을 하고 장난을 치며 즐기는 축제 '할로윈데이'가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도 10월 마지막 날에는 클럽에서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즐긴다. 하지만 할로윈 데이의 유래를 보면 시끌벅적하게 즐기는 문화는 아니다. 할로윈의 유래는 켈트 족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은 데에서 왔다. 즉, '죽은 자들의 날'이라는 것이다. 소설 <할로윈>에서 다니엘의 한 대사처럼 말이다.
소설 <할로윈>은 할머니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소설에서의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선택한 남자에게 버림을 받아 돌아올 곳 없이 지하방에서 살았던 것이다. 그런 그녀를 할머니의 죽음으로 소환한 것이다. 할머니의 죽음으로 이곳에 온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할머니의 부정한 관계에서 낳은, 출생한 즉시 미국으로 입양 된 숨겨진 딸이었다. '나'와 숨겨진 딸 '다니엘'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 '나'는 군에게 버림받았고, '다니엘'은 생모에게로부터 입양 보내졌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상실의 기로에 있었다. '나'는 상처 안에서 돌아갈 곳 없이 좀비처럼 살았지만, '다니엘'은 스스로의 상처를 구슬 삼아, 타인의 과거와 미래를 보듬는 영매사가 되었다. 이 둘의 만남이 '할로윈 데이 '같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다니엘을 통해 죽어 있었던 과거에서 삶쪽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니엘이 봐준 '나의 미래처럼 그녀는 움직이고 있었다.
"곧 새로운 목표가 찾아갈 거예요. 단,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해요. 여덟 개의 컵은 당신이 애착과 희망을 가지고 채운 것들이죠. 그것들을 땅에 쏟아버려야 해요. 그 전엔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 p62
삶과 죽음을 다룬 소설이라 얇은 소설이었지만 무거운 책이었다. 아직 마흔도 되지 않는 젊은 작가의 펜에서 어떻게 이렇게 무거운 소설이 나올 수 있었는지가 의문이었다. 나의 의문은 그녀의 창작노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슬럼프를 겪고 있던 작가, 조부모님과 오랫동안 한 집에 살았던 그녀의 배경, 그리고 그녀의 책장들이 얽히고 섥혀서 소설을 쓰게 된 것이었다. 정한아 작가의 소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고, 새로운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K-Fiction'은 최근에 발표된 단편소설 중 우수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엄선하여 출간하는 것이다. 한글과 영문으로 되어 있어서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작품성이 높은 소설들은 외국에까지 알리는데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