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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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신랑과 함께 7살짜리 여자아이와 함께 산다. 아이를 키운다는 표현이 마치 아이를 내 안에 소속시키는 느낌이 들어서 어렵고, 아직 나도 다 자라지 못했는데, 누군가를 키운다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리하게 된 계기는 아이를 임신하고 읽었던 어느 시 한편 덕분이었다. 그 때는 제목도 시인도 기억하지 못하고 시의 문장들만 생각이 났었는데, 7년 후 책에서 시를 다시 만나니 반갑고 다시 한 번 마음을 잡는 계기가 되었다.


예언자 / 칼릴 지브란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닙니다

그들은 스스로가 주인인 생명의 아들딸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거쳐서 왔으나

당신으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의 소유물은 아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을 줄지언정

생각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당신은 그들에게 집을 줄지언정

정신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정신은

내일의 집에 살아가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당신이 그들을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그들이 당신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생명은 되로 물러가는 법이 없고

어제에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활이요, 그들은 화살이니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생각은 되뇌이고 또 되뇌이는데, 실천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며칠 전에도 아이와 입씨름을 했었다. 미술도 피아노도 잘 다니면서 일주일에 한번 가는 공부하는 학원만 쉬겠다는 것이다. 피곤하고, 힘들다는 아이에게 그러면 학원 전체적으로 한번 쉬고 엄마 일 끝날때까지 어린이집에 있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것은 싫다는 것이다. 왜 벌써부터 공부만 하기 싫으냐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있었다. 학교 가기 전에도 이런데 학교가면 학년이 점점 올라가면 나는 어떻게 변해있을지 겁이 나기도 했다. 


'우리 어른들도 허덕이며 사는데 한참 밝게 놀아야 할 너희는 얼마나 더 힘이 들까.'




그런 시점에 이 시를 다시 만났다. 신현림 작가의 <시 읽는 엄마>라는 책에서 말이다. <시 읽는 엄마>에 실린 시들은 저자의 시도 돋보이지만, 세계적인 고전 명시, 현세대의 세계 명시, 그리고 한국 시인의 작품과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시인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소외된 창작자들에게 기회를 열어드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엄마같은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는 아름다운 시를 통해 작가의 꾸밈없는 삶의 이야기를 보여주었고, 아프고 쓰라린 상처도 보이며 이제는 울지 않고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인생을 잘 헤쳐 나가고 있다고 위안을 하며 끊임없이 자신과 딸에게 응원을 하고 있었다.


작가는 딸을 키우며 더없이 넓어지는 마음을, 섬세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얻었다고 한다. 엄마가 되면서 긍정적인 생각 속에서만 보이는 맑은 미래, 딸을 안고 딸의 미소를 보면 어떠한 슬픔도 식빵처럼 말랑말랑해진다고 표현했다. 작가의 전투적인 삶을 바라보며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고민을 했다. 작가는 엄마의 삶을 통해 외유내강의 모습을 다졌지만 나는 아직 부족해보였다. 여자와 엄마라는 갈래길에서 아직은 여자의 길로 가고 싶지만 현실은 엄마의 길을 가라는 혼란. 엄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매일 흔들리는 것이 아니었을까? 


작가는 간이공항을 이렇게 표현한다.

"간이공항처럼 세월도 잠시 쉬어가면 앞으로 나아갈 내일이 더 또렷이 보이고 뒤돌아본 시간들은 더 아름답고 아쉬울지 모른다."

작가에게 시 한편 한편은 간이공항이었다. 그 시들을 묶은 <시 읽는 엄마>는 나에게 다가와 간이공항이 되었다. 여행을 하며 간이공항에 들르면 더 긴 여정이 될 것이고, 이동 시간이 길어져 더 피곤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간이공항 덕분에 낯선 나라의 공항에도 들러보고, 앞으로의 여정을 더 살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엄마의 삶에서 책 한권을 드는 것 조차 사치라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한 권의 책을 통해 과거를 추억했고 더 긴 여정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생각했다.


"어떻게 살든 행복하면 된다. 스스로 만족하고, 성장하고, 생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보람을 느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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