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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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면 고요한 베어타운에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를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보면 전체적인 분위기 보다는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 눈이 간다. 각기 다른 집들, 하키, 위스키 그리고 곰 그림의 부서진 커피잔. ㅂ별자리가 이어지듯 소품들이 내용들과 이어져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되새기게 된다.

프래드릭 배크만의 책은 벌써 세 번째 책이다. 그의 책은 짧지 않은 장편소설을 유쾌하게 끌고 나가는 힘이 있다. 단순하게 재미와 오락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보면 세상이 있고, 인생이 있다. 30대 중반의 젊은 작가이지만 인간의 감정과 인생의 깊이를 생각할 줄 알고, 그 또한 얼마나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그의 소설을 통해 점점 개인주의화 되어 단절된 이 세상에 '소통'을 외치고, 그 소통을 통해 갈등 속의 '화해'를 이끈다. 이번 <베어타운>에서는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베어타운은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
표지의 이 강한 부정문은 강한 긍정문으로 느껴진다. 해마다 점점 사라지는 일자리, 기온만큼이나 급속도로 추락하는 집값, 성공 하나만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 강한자의 권력 다툼. 베어타운의 모습은 지금 이 나라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쇠락한 작은 마을에 '아이스하키팀'에 전부를 걸기 시작한다. 어른들은 이 경기에 대한 열정보다는 경기로 인해 생기는 파급효과로 기대가 크다. 큰 건물을 짓고 누군가는 권력을 가질 수 있다. 어른들의 '아이스하키'에만 쏟기 때문에 이 곳에서의 아이들도 '하키'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 하나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간다. 어떻게 가든 상관 없다. 승리만 하면 된다. 

네가 정직하면 사람들이 너를 속일 것이다. 그래도 정직하라.
네가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이 너를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래도 친절을 베풀라.
네가 오늘 선을 행하더라도 내일이면 잊힐 것이다. 그래도 선을 행하라.  _p16

네가 만든 것을 남들이 무너뜨릴수도 있다. 그래도 만들어라.
결국에는 너와 하나님의 일이다. 너와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다. _p17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성공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우리는 성공을 향해 달려간다. 나의 성공을 위해서 타인의 희생은 생각지도 않는다. 정직, 친절, 선 지금의 세상과는 맞지 않는 옷같다. 처음에는 왜 작가는 아이스하키라는 스포츠 종목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사라진 스포츠정신을 되찾고 싶어서가 아닐까?

요즘 우리 사회에 이슈되고 있는 미투운동의 모습도 거울처럼 비춘다. 힘 있는 자들의 비윤리적인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덮기 위해 오히려 당한 사람에게 덮어 씌우는 모습. 전국청소년하키선수권대회에서 4강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영웅 대접을 받고 성폭력을 가하는데, 더 권력있고, 더 인기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힘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까? 섬뜻하고 무서웠다. 

가해자에게 성폭력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_p245
 
미투운동이 당한 사람들의 미투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내가 당한 억울함을 사회에 고발할 수 있는 지지를 함께 해주어야 한다. 가족과 친구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보호와 사회적 제도를 통해 함께 위드유를 외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이 공동체인 것이다.

어려운 문제, 단순한 해답. 공동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선택한 것들의 총합이다. _p426

이 책에서 좋았던 메시지를 함께 나누며 서평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건 찰나의 순간들뿐이지. 하지만 페테르, 그런 순간들이 없으면 인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p154) 

내일이라는 결과를 위해 오늘 이 순간을 너무 희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나부터 반성한다. 긴 장편소설을 읽으며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과제를 남긴 책이다. 세상과의 소통과 더불어 나 자신과의 소통, 화해를 불러 일으켰다. 지금 이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준 <베어타운> 책과 작가님께 감사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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