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뉴욕의 맛
제시카 톰 지음, 노지양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푸드릿




사실 프랑스 고급 음식인 푸아그라를 먹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단지 뉴욕의 맛> 첫 페이지에 쓰여진 검은색 글자들을 조합해보면 이미 내 식탁에 동그란 바퀴모양의 우아한 거위간 요리가 이미 나와있는 것 같았다. 플레이팅된 사이드 음식의 모습까지 잘 표현하였고, 음식 하나하나의 질감과 장면들을 검은 색 글씨를 재료로 잘 그려냈다. 


음식 작가를 꿈꾸는 NYU 대학원생 티아와 뉴욕타임즈의 유명 푸드칼럼니스트 마이클의 밀거래로 이루어진 <단지 뉴욕의 맛>은 책 제목처럼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그것도 고급 레스토랑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나와 침샘을 자극한다. 다양한 레스토랑에 가서 맛본 음식들을 표현한 언어들을 보면 어떻게 음식을 먹고 이렇게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이다. SNS가 발달한 이 시대에 맛스타, 먹스타, 맛있다 와 같은 해시테그로 음식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하나 하나와 요리 과정의 단계를 모두 바라보게 하는 그런 음식 표현들이 눈에 돋보였다.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탄생시킨 '푸드릿'일 것이다.


"티아는 문장력이 뛰어나요. 글에 맛이있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비평할 줄 알아요." _ p131


이런 화려한 표현은 작가의 필력에서 나온 것이다. 제임스 톰은 작가이자 푸드 블로거이다. 예일대에서 소설 창작을 전공하였고, 다양한 레스토랑과 케이터링의 활동들의 이력들은 티아의 모습이 그려졌다. 


#바쿠샨

바쿠샨은 <단지 뉴욕의 맛>에서 멋진 셰프 파스칼이 일하는 레스토랑의 이름이다. 또 다른 뜻으로는 일본어로 뒤에서 보면 예쁘지만, 앞에서 보면 못생긴 여자를 의미한다. 레스토랑, 일본어의 의미, 그리고 뉴욕 이러한 점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선으로 이어진다. 

미각을 잃어버린 유명 푸드칼럼니스트의 비밀 대필 작가가 된 티아, 그는 비밀로 대필한 댓가로 화려한 패션과 레스토랑의 명성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명성을 갖게 된다. 그녀의 시중에 있는 돈으로 가볼수도, 맛볼수도 없는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고급 음식을 먹어보며 미각을 잃은 마이클의 혀가 되어 그 감각들을 글로 표현하는 엄청난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안에는 '티아'라는 그녀가 없었다. 뒤에서 보면 화려하지만 정작 속을 보면 느껴질 두려움. 이것이 뉴욕의 맛이었다.


"미식업계? 쿨하지. 그리고 지옥이지. 너도 미래를 찾으러 뉴욕에 왔구나. 세계를 재발명해주는 도시에 온 걸 환영해." _ p75


하지만 티아를 보며 속물이라고 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꼭 뉴욕에 가지 않아도 달콤 쌉싸름한 맛을 우리의 하루 하루에서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버리고 일하는 직장, 나만의 채널에 리뷰와 기고를 하고 별점을 주며 무언가에 점수를 준다는 착각...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잃어버리는 행복. 지금 인생 자체가 바쿠샨같지 않은가? 


"나는 과거에 존재했던 사람의 껍데기일 뿐이고,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던 것을 빼앗겼어." _ p162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미식 세계를 만났다 - 커커스

<단지 뉴욕의 맛> 이라는 책에서는 그림과 사진 하나 없는 책이지만, 생생하게 장면을 그려내게 만든다. 책을 읽고 있지만 머릿 속은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아서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었다. 가독성이 좋은 책이기도 했지만, 예전에 책으로도 읽고 영화로도 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의 캐릭터들과 오버랩이 되었다. 뉴욕이라는 배경과 이미지, 그리고 전개되어지는 스토리라인이 비슷했다. 비슷하다고 욕하기 보다는 흥행요소들이 많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로 나와도 화려한 볼거리들과 다양한 감각들을 자극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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