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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웃음과 눈물의 낙원 ㅣ 올-타임 1
전경린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평점 :
※ 이 책은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적은 서평입니다.
꿈을 꾸었다. 아주 오래전 할머니 곁에서 듣던 옛날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몽롱하지만, 호기심 많은 그 꿈을 마주했다. 전경린 작가님의 책은 처음 접한다. 제목이 너무 아름다웠다. <천 개의 웃음과 눈물의 낙원> 한국문학의 근간을 호명하는 소설이라니, 95년도에 많은 책을 출간하고 상을 수상하신 작가님이라면 필시 중견작가님이시겠지요.
최근 젊은 여성작가들의 다양하고 미래지향적인 도파민에 절여져 있는 책들만 찾다가 오랫만에 만난, 옛이야기의 소설은 어린 시절 읽었던 <몽실 언니> 이후로 경상도 시골의 어느 마을의 새별이 이야기를 읽은 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제 중년에 발을 드린 나에게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이야기처럼 푸근했다.
책은 양장에 200페이지조차 되지 않게 짧다. 하지만 내용 속에 따뜻함과 애뜻함만큼은 800페이지만큼이나 꽉 차있다. 마치,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갱상도버전.
아마도 전시 후 일지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 새별이네 4가족(아니다, 엄마 뱃속에 여동생이 있다. 소설 중에 5식구가 된다) 은 이사를 온다. 마을에서 만나는 무서운 봉연할매와 전쟁 후유증으로 다리를 한짝 잃은 상이용사 희조아재. 그리고 이웃집의 사연을 하나씩 가진 아이들. 친구 재남이와 여시방맹이 미선이언니. 마음에 안드는 새별이네 오빠. 외할머니의 제사로 새별이만 덩그러니 놓아둔채, 오빠를 포함한 나머지 가족들은 서울로 떠나게 되고, 무서웠던 봉연할매와 알 수 없는 2박3일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어린 새별이의 눈에 비친 세계는 하늘에서 떨어진 감나무 꽃들처럼 빛나기도 했고, 여름 밤 봉연할매 등에 엎혀 오던 따듯한 온기의 시기이기도 했다. 모기약 냄새와 까막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지내는 옛날 여름이야기였다.
너무 재미있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은 밑바닥을 보이지 않고 즐거운 이야기만 쓰고 싶다고 하셨다. 정말 그렇게 써주셨다. 요즘 MZ들은 이 이야기를 나처럼 느낄 수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도파민으로 붕뜬 기분이 들때는 가끔 이렇게 세월을 겪으시며 다양한 경험을 쌓으신 중견여성작가님들의 이야기도 필요할 것 같다. 성인이 되고 나이들어 읽었다면, 고작해야 양귀자 선생님의 <모순>정도가 되겠으나, 결이 아주 다르다. 전쟁전후의 이야기들도 슬프거나 어두워서 피해왔는데, 이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들도 접할 때가 되었다. 나도 나이듦에 따라 앞보다는 뒤를 돌아보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 하지만 전경린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그랬듯, 나는 이번에도 그 원망을 받아내는 여자의 지친 얼굴을 상상할 수 있었다. 새별이의 엄마. 옛날 엄마. 딸이 제일 만만하고 편한 엄마. 자신이 딸을 사랑한다는 것조차 잘 모르던 엄마. 엄마들. 왜냐하면 그녀들 역시, 그렇게 혹독하고 외롭게 자라났기에,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그런 얼굴을 지닐 수 밖에 었었으리라.
● 천륜.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 단어는, 바로 그 의미를 묻고 있다. 천륜은 끊을 수도 없고, 귾어질 수도 없는 것이라지만, 이 소설에서 천륜은 불행히도 이미 귾어진 채로 등장한다.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다. 새별의 천륜 역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아이가 사랑을 갈구하는 이유는, 그 천륜이 언제 끊어질지 몰라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그 시간을 낙원으로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감꽃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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