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구독 사회 - 약과 영양제로 몸을 튜닝하는 시대
정재훈 지음 / 에피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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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포스팅은 출판사의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서평을 적은 것입니다.

포스팅을 예전에 한 적이 있다. 약사가 추천한 TOP5 필수영양제 추천.

유산균, 비타민B복합체, 비타민C, 오메가3, 마그네슘및비타민D 유의미했냐 묻는다면, 플라시보 효과인지 안 먹는 날보다는 낫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매일 꾸준히 먹지도 않았다. 그 와중에도 다양한 건기식들, 인플루언서가 공구하고 광고하는 제품들을 자주 보게 되고, 더불어 위고비와 마운자로와 같은 비만약으로 살을 뺀 경우도 심심치 않게 접하면서 약을 통해서 과연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바 건강판타지에 빠진 것은 아닌지...

그러다 출판사에서 새로운 책 <건강 구독 사회> 서평단 신청을 보게 되었고, 신청하게 되었다.

서울대 약학대학을 나오셨고, 다양한 매체에서 올바른 영양제 섭취와 식단의 중요성을 꾸준히 전해오신 정재훈 약사님이 저자인 책으로, 내가 궁금해 하고, 최근 언급되는 의약품과 영양제, 더불어 우리가 항상 먹는 식품 속 성분의 약학적 접근에서의 이야기들을 통해 어떻게 나은 건강을 위한 루틴과 식생활을 재정립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해 준 책이었다.

책에서 언급하듯, 요즘 갓생을 사는 현대인들 사이에서는 배부를 정도의 정제된 영양제와 프로틴파우더들로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건강한 사람, 스스로를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루틴 속에 자신을 집어넣어 마치 건강함을 플러스 할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나도 1인가구로 아침을 매일 거르고서 커피를 각성제로 들이붓고 저녁엔 야식으로 짜고 자극적인 배달음식을 먹으며 몸에 해로운 짓(?)을 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영양제를 삼키며 위안을 삼곤 했다. 마치 이것만 먹으면 내 몸은 나쁜 걸 먹고도 정상참작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이 책을 읽고서는 수없이 봐왔던 쇼츠와 릴스에 찌든 과다 정보 속에서 전문가의 한마디가 필요했다. 마치 정답을 떠먹여 주는 그런 책. 과학은 그렇듯이 쉽지 않다. 딱 잘라 이분법으로 정답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전문가이신 정재훈 약사님의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위안을 받은 듯 했다.

그리고, 이 책은 제약회사와 스타트업에서 내놓는 다양한 초개인화된 약과 서비스들, 비만약, 연속혈당측정기, 알고리즘 추천으로 받는 개인맞춤 영양제 등이 실험군에서 어떻게 반응했고, 실제로 우리 몸에 어떤 부분을 통해 데이터들을 만들고, 이를 통해 우리가 혹하고 있는 착각들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중간 중간 소설책과는 달리, 가정과 다양한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한 내용들이 선과 후가 다른 이야기를 꺾다보니 '그래서 결론이 뭘까'라는 함정에 빠져서 수월하게 읽기가 어렵기도 했다. 다행히도 궁금했던 챕터들을 넘기고 나면, 약사님의 '그래서, 약사님은 뭘 드세요?'라는 단답형 질문에 시원한 결론을 도출해주셔서 다행이었다.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통해 성분을 넘어 먹는 행위의 본질을 회복하고 가짜 데이터가 아닌 진정한 건강은 우리 몸의 신호로 <자기주도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은 차갑지만, 식탁은 따뜻한 게 좋다...

기적의 다이어트 약으로 불리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그리고 성장호르몬 주사나 오메가 3, 비타민, 그리고 혈당측정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 책을 먼저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우선 나는 유산균도 좋지만, 1인가구로 살면서 냉장고에서 썩을까 못먹던 김치를 열심히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할 생각이다. (웃음)

● 그래서 나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를 단순히 <가짜 약>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그 안에는 실제로 일정한 효과가 있는 것도 있고, 통계적으로는 작지만 개인에 따라 의미 있는 변화를 주는 것도 있다. 다만 그 효과의 크기와 방향을 냉정하게 보는 것, 그리고 우리가 그 제품에 덧씌우는 상상과 욕망을 구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유튜브 속 건강한 하루 영상에는 한 컷 안에 5~6개의 영야제 병이 동시에 등장하고, 약통에 소분하는 <탁탁탁> 소리가 경쾌한 리듬을 만든다. 트레이 위에 가지런히, 색색깔로 놓인 영양제들은 이제 건강을 위한 도구를 넘어 일종의 건강 인테리어이자 전시용 오브제가 되었다.

● 자연주의자를 공격하는 게 아니다. 자연을 선호하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이고, 산업화된 세계에 대한 불안은 어느 정도 정당하다. 불행히도 이런 본성과 불안은 마케팅에 약용된다. 적은 자연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자연>이라는 애매한 단어로 프리미엄을 챙기고 규제를 피하는 기업이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서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속이는 시스템이다.

● FDA는 아직 노화 자체를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이 약이 예방 의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노화 속도를 늦출만 있다면 노화와 관련된 만성 질환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예방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 질병, 노화, 그리고 죽음. 인생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인간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 앞에 설때 불안을 느낀다. 인류학자 브로니스와프 말리노프스키는 <결과가 불확실하고 위험이 클수록 인간은 의식에 의존한다.>고 했다.

●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섭취 타이밍이나 한 끼 상한선 같은 디테일이 아니다. 진짜 부족한 건 운동이다. 아무리 좋은 단백질을, 최적의 타이밍에 먹어도, 근육을 자극하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 단백질은 그저 칼로리일 뿐이다. 많은 경우 필요한 건 단백질 추가 식단이 아니라 덤벨이다.

● 수용성 비타민은 소변으로 배출되니 괜찮다고? 틀렸다. 배출된다는 건 축적 독성이 덜하다는 뜻이지, 부작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비타민 C도 고용량에선 설사, 장내 가스, 복통 같은 부작용이 생긴다. 카페인도 수용성이지만 과잉 섭취하면 불면, 두근거림 같은 부작용이 생긴다. 약물과 부딕힐 여지도 커진다. 상호작용 문제의 상당수는 우리가 음식으로는 도저히 섭취할 수 없는 고용량을 캡슐로 삼킬 때 발생한다.

● 최고의 선택은 상호작용이 가장 적은 영양제, 즉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약을 먹고 있다면, 영양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약은 외로워야 한다. 새 영양제를 추가 하기 저엔, 복용 중인 약과 함께 약사에게 한 번만 확인하자. 약이 몸속에서 제 할 일을 하고 조용히 떠나도록, 영양제라는 불청객을 너무 많이 초대하지 말자.

우리 몸은 영양소 실험실이 아니다. <적당히>는 타협이 아니라, 가장 과학적인 안전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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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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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달간에만 죽음과 상실에 대한 소설을 3권째 읽다보니, 심적으로 우울함이나 무기력함이 더해지는 것 같다. 감동을 선사해야 할 소설에서 너무 슬픔에 이입했나보다. 다음 6월달부터는 뭔가 동기부여가 되고, 긍정적이고 활기찬 기운을 주는 것들을 많이 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 소설은 왠지 흑백이 잘 어울렸다. 푸른 빛의 어스름 달빛의 은하수가 보이는 니시유이가마역의 플랫폼의 여자와 열차. 표지가 내용을 모두 표현해 준다.

읽자마자 일본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던, JR 후쿠치야마선 탈선사고가 떠올랐다. 당시 건물을 들이 받고 뭉개져버린 열차사고를 두고 책에서와 매우 비슷한 이야기를 닮고 있어서 번뜩 떠올랐던 것 같다. 기관사의 잘못으로 돌렸던 회사의 입장이라던지 죽은 사람들의 뒷 이야기들. 그렇게 큰 사건들은 개인들의 사정사정을 들여다보면 모두 안타깝고 애달픈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너무나도 현실적이지만, 거기에 판타지를 더해 뭔가 기적적이고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책이 프롤로그에 열차 사고의 전말과 사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마역에서 '유키호'라는 유령이 사고가 난 당시의 열차에 탑승할 수 있다고 하는 소문과 함께 4가지 꼭 지켜야만 하는 것들을 알려준다. 이건 아마 주변인이라면 흘려들었을, 무서운 이야기쯤으로 들리겠지만 절망적이고 상실감에 어찌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한가지 작은 희망의 끈 같은 것이었으리라.

총 4가지의 장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1화 연인에게, 2화 아버지에게, 3화 당신에게,4화 남편에게.

이렇게만 두고 보면 너무 진부하지만, 이 승객들과 그 가족들에게 펼쳐질 이야기들은 그리 진부하지 않다. 슬픈고 안타까운 것은 매 한가지이지만 거기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 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을 가볍게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2화는 힘든 시기를 겪는 청춘들에게 소원한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져서 좋았고, 특히 4화 남편에게는 피해자들의 소재가 아닌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지목이 되어버린 기관사와 아내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그렇게 다들 아프고 힘든 시기에도 가족으로 사랑하는 연인으로 남아서 마지막까지 상실감을 이겨내고 삶을 끝까지 살아주길 바라는 죽은자들의 바램이 그들을 결국 살아가게 한다.

●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 "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지만, 아버지의 분신인 넌 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네가 기뻐하면 아버지도 분명 기뻐하실 거야. 너의 행복이 고스란히 아버지의 행복이 될테니까. 핏줄이란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돼. 항상 웃으면서 살면 된다고."

● 우리 가족은 살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굴러떨어지던 돌도 때가 되면 멈추듯이, 이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빛나는 미래를 선사합니다.

인생이란, 참으로 얄궂지요. 언젠가 당신의 미래에 눈부신 빛이 비치기를 기원하고. 믿고. 확신하며.

● "그 애가 사람을 좀 더 믿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요. 또 만났더라면 좋았을 거예요. 악의와 반대되는, 그 모든 걸 덮을 수 있는 사람의 양심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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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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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정말 날 것의 <죽고 싶어하는 소녀의 자살을 방해하고,놀러 다니는 이야기>. 번역서의 제목이 훨씬 내용의 궁금함을 자아낸다.

오랫만에 읽어보는 일본소설, 거기에 타임슬립을 살짝 버무린 로맨스 소설이라고 해야할 듯 싶다. 묵직하고 하드보일드한 일본 소설을 많이 접했던 기억 때문에 적잖이 부담스러운 시작이 되었었지만, 인터넷소설 대상이라는 부분에서 부담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학과 필수과목으로 항상 일본문학을 번역해보고 내용을 파악해보는 그 악몽같은 시간들이 떠올라서 아마도 짐작컨데 일본소설을 멀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벌써 이 책을 받자마자 주인공들의 한자 이름을 해석하려고 난리부르스를 쳤던 부분부터가 잘못되어 있었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깜빡 하고 있었던 것이다.

<디어 프렌즈>와 같은 한창 귀요니 소설이 일본에도 번성하던 시기. 그때만큼은 자유롭게 세로 읽기가 아닌 가로읽기로 즐기면서 일본소설들을 가볍게 즐길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는 걸 감사하게 여기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본의 사신들은 뭔가 문제가 많은 듯 하다. 이래저래 소설에 등장하는 사신들은 허당끼가 있어. 이 소설은 제목에서도 암시되듯 자살을 하려고 마음 먹은 12월 25일 눈오는 다리 위에서 아이바 준은 사신(자꾸 데스노트의 사신 이미지가 망상을 망친다)을 만난다. 은색 시계 위에 각인된 뱀모양의 '우로보로스 은시계'를 주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대신 3년 이후의 목숨을 내놓기로 한다. 자포자기 심정이었던 아이바는 사신과 거래한다. 비슷한 시기 자신이 죽기 마음을 먹었었던 그 다리에서 죽게 된 소녀인 이치노세 쓰키미를 살리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시간을 되돌리며, 그녀의 자살을 방해하며 막으려 한다. 원제처럼 정말 계속 그 생각을 막기 위해서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등 그녀에게서 자살을 포기하게 끔 만들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작은 선행이라도 하고자 함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둘은 밀고 당기듯하다 어쩔 수 없이 서로 끌어당기게 되고 남은 시한부인생의 반년동안의 애틋함을 아이바는 끊어내고자 노력하는데...

역시 내 연애세포는 다 죽어버린 듯 하다. 이래서 <스물 다섯, 스물 하나>를 열정적으로 몰입해 보지 못했나보다. 청춘들의 꽁냥꽁냥한 사랑이야기가 뻔하다고 느껴지면서도 마지막으로 흘러가는 결말이 새드엔딩이길 바라는 못된 심보가 슬슬 발동한다. 그러나 내가 가볍고 만만하게 봤던 이 소설은 352페이지의 아쿠아리움이라는 단어에서 뒷통수를 크게 후드려 맞은 듯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설마 진짜 그랬다고?

설렘 가득한 청춘 로맨스와 타임슬립 거기에 살짝 반전을 버무린 소설을 원한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일본소설이 다 무겁지만은 않다는 것.

굉장히 세련되거나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 진부한 글귀들은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매력은 뒷장의 "작가의 말"에 다 담겨 있었다. 세이카 료겐이 어떤 사람인지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이 글을 써준 것 자체만으로도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어떤 힘이 느껴졌다. 소설을 다 읽고 꼭 "작가의 말"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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