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쓰기
김연수 외 지음 / 물결점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책은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편집자K님이 읽고 계신 걸 보고, 읽어 보고 싶어졌던 책이다. 물결집이라는 출판사는 처음이었지만 이 책의 저자들의 합은 어디서도 보기 힘들테지. 김연수, 홍한별, 전의령, 윤경희, 김소연, 허태임, 김지승, 은유 님의 계절 이야기는 이 무더운 여름에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계절이라면, 떠오르는 책들이 있다. 앨리 스미스 작가의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 4부작과 한정원 작가님의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이디스 워튼의 <여름>, 소설보다 시리즈 등과 같이 계절과 함께 하는 책들사이에 끼어들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각 2가지 이야기씩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읽기 좋은 산문이라 하겠다.

이야기는 '여름'으로 시작하는 것은 아마도 출간시기를 맞췄기 때문일테지. 김연수 소설가님의 여름과 인류학가 전의령님의 여름.

세화, 여름의 이름은 제주시의 세화라는 지명으로부터 시작하여, 김연수 작가님이 제주의 여름을 보낸 이야기이다. 매일 아침, 세화의 날씨는 날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숲과 바다를 바라보며 느끼는 이야기들. 세화와 관련한 이야기. 제주의 아름다움과 맛을 알려주었다. 전의령 인류학자님은 떠나간 반려묘 '마우'에게 마음을 전하는 듯 뜨거운 다낭에서의 여름을 마우에게 편지를 쓰듯 썼다. 충분한 애도시간을 보내셨길...

홍한별 번역가님과 비교문학 연구자인 윤경희님의 가을. 일곱살 때 지은 '가을'이라는 제목의 시를 추억으로 이제 반복되는 가을을 맞이하야 기억속의 가을은 나이와 닮아가고 있고, '봄에는 암게, 가을에는 수게'로 남아버린 거대한 기후의 변화를 몸소 알게되는 지금의 가을이야기. 전경희 문학평론가님의 글에는 매해 2019년부터 모아온 장미사진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장미철'과 함께 했다. 번역가님과 비슷하게도 몸의 노화와 병을 마주하면서 닮은 듯한 가을을 떠올리시나보다. 어른들이 나이가 들면, 프필에 꽃이나 자연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계절을 담는 걸 나는 하고 있을까?

처음 뵙는 김지승 작가님과 김소연 시인님의 '겨울'은, 추억속의 이웃과 이어지던 밧줄과 함께 떠오린 겨울의 이야기와 김지승 작가님의 통증과 함께한 지독한 집구하기와의 싸움. 너무나도 읽으면서 춥고 쓸쓸했던 그 겨울이 함께 느껴졌다. 생명이 없이 정체되어 있는 겨울에 일어난 상실들. 내가 좋아하는 겨울이란 계절은 사람들마다 정말 다르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덥기보다는 춥기를 선택한, 그 속에서 겨울새벽의 공기냄새와 건조하고 싸늘한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이불속을 아늑하게 그리던 겨울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수만가지의 모습으로 기억되겠지.

식물분류학자인 허태임님과 은유 작가님의 '봄'은, 식물과 관련된 당산제의 팽나무 이야기와 함께 할머니가 해주시던 진달래떡과 고사리의 부드러운 손으로 봄을 기억하셨고, 3월 2번의 출산을 겪고 베를린의 '케테 콜비츠'라는 여성 판화가의 작품을 통해 느낀 태동과 잉태를 알게 해주셨다.

8~10페이지 내외의 짧은 글들이었지만, 작가님들마다의 계절기억법과 추억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나 또한 어느 한 계절에 떠올릴 수 있는 그 어떤 추억이 있고 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좋은 책이었다.


ⓒ슈뢰딩거의 멈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