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책은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권혜영 작가님의 소설은 이 책이 처음이다. 설렌다. 홍보글에 영업당했는데, 글쎄 줄거리가 도파민이 싹 돌지 뭐야. <미안하다 사랑한다>만큼이나 로맨틱 소설일거란 상상을 했다. 책을 줄거리를 들어보시라!
'빙의물'인데, 소설의 주인공이 19금 웹툰 속의 여주인공에게 빙의된 30대 직장인 여성이다. 본 현실에서 블랙기업의 야근머신이었던 그녀는 과로로 죽은 후, 눈을 떠보니 예쁜 얼굴과 몸매를 가진 연구개발2팀의 이누리 주임으로 부활 아닌 부활을 하게 된다. 앞자리의 남직원인 윤지훈을 짝사랑...아니 스토커스러운 짝사랑을 하는 상태로 눈 뜬다. 회사의 모든 여성들과 시도때도 없이 관계를 가지는 윤지훈에게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웹툰의 주인공인 이상 몸과 이성이 따로 노는 건 어쩔 수 없다. <심야 근무의 사정>을 그리는 웹툰 작가 한소연을 찾아야했다. 한소연은 일본에서 만화를 유학할 정도로 만화에 진심이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생계를 위해 연재를 근근이 이어나가는 생계형 만화가였고, 번아웃이 찾아와 일본에서 인기리에 연재를 하는 만화가 친구 히카루를 찾아 연재를 중단한 상태다. 이 소설은 어디로 갈까?
빙의라는 설정 자체에 매력이 있었지만, 조금 슴슴한 결말이 아쉽긴 하다. 강력한 도파민을 원했거나, 어떤 반전을 원했던 걸까. 쉽게 읽혀지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이누리보다는 만화가인 한소연의 사연이 더 흥미로웠다. 이건 작가님의 경험이 녹여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력하게 들었다. 일본에서의 유학생활이나 일본 지리, 중고서점으로 보이는 북오프 같은 곳에서의 알바 스토리, 핫한 덕후들만 아는 만화 리스트의 향연! 강력한 도파민이 아니라 강력하게 졸여져서 응축된 카레만큼이나 만화 덕후의 스멜이 강력하게 작가님에게서 느껴졌다. 오히려 스핀오프로, 히카루와 한소연의 연재일기 같은게 더 궁금해졌달까?
편집자님이 써주신, 권혜영 작가님에 대한 소개로 "고전부터 서브컬처까지 온갖 덕질을 섭렵하고 그것을 쥐락펴락하며 읽는 내내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데 천재적인 작가님"이란 문장 그대로였다. 한수 배워야겠습니다. 작가님...스고이! 신선한 소재의 로맨스 소설을 읽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자님.
● 성관계나 자위를 해봤다고, 썸을 타고 있다거나 연애를 해봤다고, 그것을 마치 훈장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 의아했다. 두리안과 고수를 먹을 줄 안다고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 인도 여행을 떠나 봐야 내면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봐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게 무엇인지, 어른의 책임감이란 무엇인지 몸소 깨닫는다고 훈계하는 사람. 모두 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마찬가지였다. '해본 사람'은 '안 해본 사람' 위에 서려고 했다. 경험 그 자체를 권력으로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