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는 '네보의 푸 른 책'을 쓰기로 했다. 엄마는 '이전 시대와 종말'에 대해 쓰고, 나는 '지금'의 이야기를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쓰기로 했다. 우리는 만약을 위해 서로의 글을 읽지 않기로 약속했다.
어떤 만약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
"그래도 우리 중 한 사람한테 무슨일이 생기면 그땐 읽어도 되는 걸로 하자 ."
책은 덜란과 로웨나가 번갈아 가며 쓰는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의 일기를 읽지 않기에 이야기가 연결되지는 않지만 덜란과 로웨나의 이야기와 많은 생각들이 들어있다.
네보는 자신과 유일한 가족인 엄마와 동생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삶에 성취감을 느끼는 어엿한 청소년으로 성장해 간다. 하지만 안락하고 평온했던 삶의 기억이 뚜렷한 엄마 로웨나는 처음에 이 무(無)의 세계에서 두려움과 버거움에 괴로워하지만, 모든것이 사라진 현재에서 비로소 느낄 수 있게 된 삶과 감정, 이 모든 것을 공유할 유일한 사람인 덜란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며 예상 밖에 행복과 감사로 충만한 재앙 이후의 일상을 살아간다.
핵 폭발이라는 재난은 언제든 우리에게 일어날수 있는 일이다 모든것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어떻게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 올릴수 있을까? 그러기에 ‘상상할 수 있는’ 재난이라고는 하지만 막막한 현실에서 끔찍하고 처절한 삶을 떠올렸을 독자들에게 덜란과 로웨나의 충만하고도 아름다운 생존기는 예상 밖의 감동을 느끼게 한다.
영화에서도 간간히 등장하는 주제인 '핵폭발'은 단어만으로도 끔찍한 결말이 예견되어 있다. 대재앙 이후 웨일스의 마을에서 엄마와 아들 둘만 남게되어 외롭지만 치열하고 아름다운 생존기를 통해 절망과 희망을 오가는 삶에서 진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카네기메달 선정위원단의 평처럼 충분히 현실에서 일어날수 있는 일이기게 <네보의 푸른 책>은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낌과 동시에 풍족한 현실의 삶에 다시한번 고마움을 느끼고 살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