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별 분식집
이준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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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잃고 방황 하는 의욕상실 사장과
꿈을 꾸며 노래하는 의욕 충만 아르바이트생이
함께 만드는 불협화음 떡볶이가 있는
꿈이 빛나는 곳, 여우별 분식집

어린시절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가만 생각해보면 유년시절 초등학생 때 처음 동시를 써서 상을 받고 고등학생 때 백일장대회에서 상을 받은 기억이 있다. 글을 제법 쓴다는 말을 들었던 나의 학창시절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내게 글쓰는 재주가 있는 걸까? 하고 문학 소녀가 될 뻔 했던 나에게 사정없이 첨삭을 해주시던 고등학교 선생님의 충고를 듣고 ‘내가 무슨 시를 쓰겠어‘ 하며 꿈을 접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선생님이 순수한 학생의 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서 원망스러웠는데 어차피 나는 글 쓰는 솜씨는 그다지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우별 분식집>의 제호를 보면서 유년시절의 나를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제호는 그 꿈을 버리지 않고 작가가 된다. 제호가 처음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때는 중학생때이다. 딱히 써 본 적이 없는 글을 ‘희망과 미래‘를 주제로 교내 글짓기 대회로 장려상을 받으면서 글쓰기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

˝장려상이란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야. 그러니 난 앞으로 얼마든지 더 큰 성공을 할 가능성이 있는 작가야˝(p.48)​

제호는 그렇게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며 소설가가 되어 책을 내는 진짜 소설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렇다. 제호는 소설가다. 실패한 소설가. 장편소설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간하고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그는 그렇게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금은 ‘여우별 분식집‘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낸다. 꿈이나 희망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의욕이 없는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며 친구의 분식점에서 일한다. 제호는 무료할 정도로 똑같은 패턴의 일상이 오히려 자신을 살아가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제호에게 변화를 준 사람은 세아이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말을 써 붙이자마자 들어선 의욕 충만한 아르바이트생 세아. 무슨일이든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모든 일을 해 내고 쉴틈없이 재잘거리는 세아가 부담스럽다가도 세아의 행동에 스스로 변화를 느낀다. 늘 분식점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총사의 등장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세아는 삼총사에게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묻는다. 아이들은 수의사, 패션디자이너 그리고 한병은 딱히 없다고 답한다. 그런 삼총사를 향해 세아는 말한다.

​˝잘은 모르지만 ‘하고 싶은 것‘보다 ‘되고 싶은 것‘이 우선이래. 되고 싶은 사람이 먼저고 하고 싶은 것은 그것을 뒷받침 해 주는 조력자 같은 거지. 난 그 말이 되게 좋더라고. 난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고 싶어. 긍정의 에너지를 . 그것을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거고. 될지는 모르겠지만..˝ (p.77)​​

삼총사들과 세아는 서로의 꿈에 대한 희망찬 모습에 즐거워하며 웃는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제호는 꿈은 꿈 일 뿐이다는 둥,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둥, 멋진 미래를 꿈꾸는 세아와 아이들에게 냉험하면서도 현실적인 한마디를 하려다 꾹 눌러 담는다.

사실 제호는 여우별 분식집의 사장이 아니다.
<여우별 분식집>의 진짜 사장 제호의 친구 진우는 왜 요리와는 아무런 관련없는 소설가 재호에게 분식집을 맞긴걸까?

˝소설을 다 읽고 결심했지, 좀 더 힘내 보기로. 주인공처럼 말이야. 그 덕분에 지금 이렇게 사람 구실하면서 살게 된 거야. 하! 난 그걸 잊지 못한다. 네 소설을 읽고 나서 생긴 그 힘을, 많지는 않겠지만 네 소설을 읽고 나같이 희망을 본 사람들이 있을 거야 분명히. ˝(p.225)​​

인생이 온통 회식빛인 제호에게 결정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은 세아가 만든 ‘떡볶이 소스‘다. 열정이 가득한 세아가 제호에게 가게의 변화를 위해 제안 했던 떡볶이 소스 바로 그 것! 제호도 놀랄만큼 맛이 특별한 세아의 떡볶이 소스는 이들의 삶에 어떤 바람을 불러 일으킬까?​​

어린시절 아이들의 꿈은 희망이다. 그 희망으로 또 다른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한다. 학교에서 선생님께 적어 내는 강요 된 꿈이 아니라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꿈이 진정한 꿈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누구나 꿈을 꾸고 그 꿈을 소망한다. 얼마전 ‘위시‘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꿈은 누군가에게 이뤄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개척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에 대해 말한다면 아직도 어른이 무슨 꿈이냐며 핀잔을 줄 것이다. 하지만 무기력 하던 제호가 늘 활기차고 생기발랄한 세아와 함께 하면서 잊고 있던 꿈을 다시 꾸게 되는 것처럼 소설 <여우별 분식집>은 현실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꿈과 희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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