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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평점 :
스물에 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가졌던가 나의 스물을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하지만 책을 몇장 넘기기도 전에 힘듬이 찾아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나를 힘들게 했던 일상과의 결별 등 나의 예상과 달리 대학생활이 주는 희망과는 너무 거리감이 있고 나라를 사람을 생각하며 지내는 사이 대학교를 졸업했던 것 같다. 일명 K장녀라는 이름을 달고 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장녀들처럼 나를 생각하기 전에 동생들과 부모님의 안위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삶은 말로 표현이 안되는 회색빛의 삶이이었다.
목표가 대학생이 되는 것이었던 말고는 별다른 꿈이 없다던 주인공 은호의 성장 이야기.
성장이야기라는 타이틀에서 은호는 자기의 벽의 깨고서 진정한 자기의 삶을 찾았겠구나 짐작하며 은호의 걱정은 한시름 놓고 책으로 눈길을 돌려 본다.
책 제목의 ‘이 와중에‘ 라는 말에서 ‘와중‘ 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와중‘은 ‘흐르는 물이 소용돌이 치는 가운데 ‘또는 ‘일이나 사건 따위가 시끄럽고 복잡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스물이라는 빛나는 청춘을 가진 은호가 이런 단어를 결합하여 스무살을 보내며 알을 깨고 부화하는 아기 새처럼 힘듬을 이겨 낸 성장소설이리라.
엄마에게 남자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중략>
엄마가 좀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거든요.
진로 특강 강사가 자신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하더라고요.
엄마가 가진 자원은 여전히 젊고 매력적이라는 거예요.
P.14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 은호의 성장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의 심정과는 달리 은호는 엄마에 대한 걱정과 알수 없는 끌림으로 학교 상담실을 찾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냉정하면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판단과 평가뿐인 엄마에게 불편함과 동시에 자매처럼 보일때도 있지만 사는 모습까지 비슷한 엄마에게 은호는 답답함을 느낀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주어지는 자유는 부작용을 불러일으는 것 같은 은호의 어릿속은 논리는 없고 생각만 가득하다. 은호의 진로에 대한 걱정에는 엄마라는 무게까지 더해졌으니 말이다. 주민 등록상 18살차이의 은호와 은호엄마와의 관계는 엄마의 헌신과 고생을 밑바탕에 깔린 미래에 대한 고민이었던 것이다. 편안한 엄마의 삶. 생각만 해도 몸이 가벼워지는 은호다. 은호가 자신처럼 될까봐 스무살 전까지 연애하면 안된다는 엄마와 대학을 입학하고 자취와동시에 해방을 맛본 은호는 결혼에 대한 다짐과 달리 연애를 통해 자기의 존재감을 실감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고싶은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아직 정립되지 않은 연애에 대한 고민과 성적은 이미 끝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모르겠다.
세상이 바쁘게 몰아붙이는 대로
익숙하고 무난한 방식으로 살았을 때
이르게 될 뻔한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가 어쩌다 생겨났는지는,
P.23
하지만 엄마의 이혼 선언과 동시에 좁은 자취방에서 엄마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시골에 남게된 동생 현호와 아빠는 은호의 삶에 또 다른 걱정거리의 현실이 된다. 은호가 졸업하면 이고생도 끝이려나 라고 말하는 엄마의 말에 무거운 추를 껴안은 듯 마음은 무겁기만 하고 힘들게 식당일을 하며 지내는 엄마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기지만 어이없게도 엄마는 그 관계를 끝내버린다.
우연히 은호는 달뜨면서도 평온했고 예민해지면서 고요해지는 순간 미치도록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은호에게 윤지선배는 기존의 나를 죽여야 새로운 나로 살수있다는 ‘오상아(吾喪我)‘ 라는 장자가 한말을 들려준다. 고민하는 순간이야 말로 살아있는 순간이고 죽어야만 새로 태어난다는 알수 없는 말과 함께 현실과 기꺼이 불화하기로 마음 먹은 것 같은 윤지선배를 보면서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진다.
인간은 고민 속에서 살아갈수 밖에 없다.
고민하는 순간이야 말로 살아있는 순간이고
그러다 보면 믿어왔던 통념을 무터뜨리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P.55
엄마와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무력감과 막막감이 심해진 은호는 충동적으로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준우와 이별을 고한다.
어린시절 가정을 돌보지 않은 아빠를 대신해 두 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워 낸 엄마는 집을 가출하고 돌어온 후 은호에게 집안일을 하나씩 알려준다.
˝엄마가 없으면 네가 엄마인 거 알지 ?
˝협박하는구나 .... 엄마가 나를 협박하는구나....˝
어린 은호의 마음이 얼마나 아리고 아팠을까? 엄마말 안들으면 다 버리고 떠난다는 말을 못 들은 척하는 은호는 놀랍게도 목울대를 꽉 메우고 있는 단어를 드디어 뱉어낸다. ˝ 엄마가 나를 협박하는 구나...˝ 엄마가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착한 딸이 되고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가 원하는 공무원의 삶을 살기 위해 대학을 진학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버리고 떠날거라는 불안감은 인생과 삶의 질을 너무 잔인하게 망쳐놓는다. 가끔 나도 큰 딸에게 엄마가 없으면...이라는 전제로 이런 저런 말을 나눈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의 아이도 마음이 좀 안좋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은호는 버림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상담사의 말에 깨닫는다. 누구를 만나든 사실과 무관하게 엄마가 내게 했던 행동을 똑같이 연인에게 되풀이 하며 연인의 불안을 자극하며 혼자 남겨질거라는 두려움으로 현재를 흔들고 있었다.상담사와의 대화를 이어가는 은호는 예전일을 떠올리며 엄마의 감정까지 자기가 떠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편안하게 힘을 빼면서 건강한 경계를 세워보라는 상담사의 조언에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모든 것을 자기탓과 책음을 지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려 노력한다.
사람은 누구나 특별해요.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열등감과 공허감을 보상하기 위해
일어나는 특별하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힘들게 할뿐이죠.
P.206
책속의 상담사는 평가를 내리거나 조언이나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면서도 은호가 하는 말에 신중히 귀를 기울이고 따스한 온기를 주는 손난로 같은 역활을 한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떤 어려운점이 있냐는 상담사의 말에 눈물을 먼저 보이는 은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곧 반 백살이 되는 나도 엄마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거나 큰딸과의 지난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치고 올라오는 울컥이 먼저 눈을 적시게 한다.
알수 없는 출구에서 한쪽 발을 들여넣고 이길인지 저길인지 방향을 가늠할수 없는 나이이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인생의 지도를 스스로 그려가는 나이가 스물일 것이다. 하지만 늘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위로 받고 바른 길을 찾아 갈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마음의 키는 계속 자랄거라는 윤지선배의 말처럼 나이는 그냥 숫자일뿐이다. 마음의 키는 스물에 자라기 시작한다.
스스로에게 안녕이라는 말로 인사를 건네는 은호는 아직 진로를 정하거나 엄마의 거취가 해결 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스스로 꿈을 결정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과 자기안에서 자신을 존중하는마음이 생겼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 신뢰감이 생겼고 누구보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고 있었다. 불안한 미래는 여전히 남아 있겠지만 번갈아 바뀌는 신호에서 동시에 바뀌는 신호등처럼 모든 길은 연결되어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은호가 부러웠다.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사와 곁에서 묵묵히 관찰하며 조언을 곁들여주는 윤지선배 그리고 평행선을 그리며 일치는 없는 것처럼 다르지만 서로 바라보며 무언의 응원을 보내는 엄마가 있어 은호의 스물은 그래도 빛났다. 스물이라는 단어는 몽글몽글 파릇파릇한 느낌만으로 희망이 가득찬 느낌이 든다. 성장이야기의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놓은 책이다. 엄마와의 관계에 답답함을 느끼지만 완벽한 해결이 아닌 은호의 마음에서 생겨나는 작은 싹을 키워가며 스스로 강해지는 은호를 보며 나의 20살인 딸에게 이책을 슬며시 건네보려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