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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2년 11월
평점 :
품절
첫번째 단편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데 다음부터는 소재의 신선함이 독자를 압도한다. 그의 등에 붙어다니는 가난한 아줌마 얘기, 빵가게를 습격했는데 바그너 음악을 같이 들어줄 조건으로 빵을 가져가라는 늙은 빵가게 주인등.. 전편에 거쳐 나타난 소재 자체는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신선함이 있고, 작가적 상상력이 도처에 베어있다.
그런데 사실 혼동스럽다. 그의 책을 읽고 있으면, 그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음식들이 먹고 싶고, 그가 듣는 음악을 듣고 싶다... 광고... 그래. 그의 글은 긴 광고 같다. 그가 실제 광고회사에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소설은 긴 광고처럼 자극적이고, 당장에는 재미 있지만, 별로 진한 의미는 없는, 그러나 보면 먹고 싶고 따라하고 싶은....
하루키는 바그너를 비롯하여 누군지도 모르는 음악을 나열하고, 음식을 나열하고, 메이커나 구두창의 이름을 낯설게 쓴다. 그에게야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도시인들들의 삶에서 어쩌면 소비태도로서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못내 씁쓸하다. 그의 취향으로 이해하고 말면 그뿐인가 싶기도 하면서, 그러나, 문화의 소비 구조가 양산하는 취향인것에 대한 자각은 없는듯도 하다.
그러나, 흡입력과 상상력, 그리고 구조의 짜임새. 문장... 참으로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