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아는데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박영란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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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어두운 기억과 불확실한 감정 사이에서 주인공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성찰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 사람’이 저지른 폭력의 흔적과, 그가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돌아왔다는 것은 단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 진정한 이해의 가능성에 대해 묻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의 과거를 끈질기게 되짚으며, 그에게 매혹당했던 순간들이 단순한 동경이었는지, 아니면 벗어나지 못한 상처의 반영이었는지 고민하고 흔들리게 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누군가를 안다는 것’의 본질을 되묻게 만들었다. 기억이 사라졌을 때에도 감정이 남는다면 그것은 진짜 아는 것인가, 책임은 어떻게 성립하는가 에 대한 질문이 잔잔하지만 강렬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책 초반부에 지속적으로 그에대한 경멸과 그 속에 사랑이 느껴지는 문장이 유독 많다고 느껴졌다. 이것이 나는 그를 미워하고 덮어놓고싶다고 스스로를 압박하는 주인공의 진짜 심리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책속에서 ‘나’는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면서도, 동시에 자신과 화해하는 용기를 찾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나’가 결국 자신과 마주하게 될 순간, 그리고 그 사람과의 관계에 ‘책임’의 이름을 붙이는 그 순간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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