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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도로시 스트레이치 지음, 이영주 옮김 / 초코 / 2024년 8월
평점 :
『올리비아』는 조용하다. 소리 없이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어느새 내면 깊숙한 곳에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이 책은 격렬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대신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한 소녀의 내면에 피어나는 감정과 그 흔들리는 사랑을 따라간다. 이 이야기는 퀴어로맨스라고 하는 성소수자의 사랑을 담고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하는것은 이 책은 절대 성소수자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있지 않다. 16살 나이에 처음 시작한 사랑의 혼란, 사랑에 빠지는 그 과정자체를 말하고 있다. 아직 말로 다 표현되지 않은, 정체조차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질투와 동경, 존경과 열망이 뒤섞인 그 미묘한 혼란. 우리는 올리비아의 시선으로 그 모든 것을 함께 겪는다.
이 책에서는 독특한 점이 있는데 '사랑'을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책속에서 올리비아는 혼란으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모든 순간, 책장을 넘길때마다 느껴지는 사랑이 올리비아의 첫사랑에 대한 순수함이 가득했다. 이것은 곧, 그 시대 여성 간의 사랑이 처했던 억압의 그림자일 수도 있고, 혹은 첫사랑의 본질의 증거일 수도 있다. 무엇이라 정의내리기 어려운 감정, 하지만 너무도 명확히 존재하는 것.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올리비아는 내 안에서 조용히 숨을 쉬었다.
사랑을 자유로운 감정이라 통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나에게도 언젠가 이런 혼란을 마주하는 날이 오겠지만 그땐 내 안의 올리비아가 잘 맞써주길, 용기를 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