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억 번째 여름 (양장) 소설Y
청예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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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1. 보석처럼 빛나던 꽃불도 영원하지는 못했다.
꽃과 장작이 모두 타 버려 불이 꺼진 후 마을 사람들은 작은 병에다 재를 담았다. 이록은 그 병의 마개를 닫아 바다를 향해 던졌다. 슬픔이 부표가 되어 이 행성을 표류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어디에 가도, 청색의 바다가 있는 한
죽은 자의 영혼을 기억할 수 있다.

표지를 처음 본 순간 푸릇푸릇한 색감에 홀린 것만 같았다. 다가오는 여름을 맞은 올해의 첫여름 책이라 기분 좋게 첫 장을 넘길 수 있었다. 책 속에는 현대 인류가 멸망하고 또 다른 멸망을 기다리는 아포칼립스 소재의 이야기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는 심해지고 있는데 이 책에선 그 이상기후로 멸망이 가까워진 세상을 그리고 있다.

자연. 우리가 어떻게 할 수도 없이 우리에게 모든 걸 주고, 모든 걸 앗아가기도 하는 존재이다. 이 책은 그런 자연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관계를 아름답고, 때론 잔인하게 표현했다. 잔혹한 자연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성장하고 연대가 이루어진다. 여름이 짜증 나고 덥기만 하지 않고, 반짝이는 추억의 계절로 떠오르듯 나에게는 이 책이 사람들에게 기대고 싶을 때 떠오를 것만 같았다. 멸망한 세계를 구원한 사랑, 불완전한 것을 채운 것 또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거나, 사랑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고 불완전해도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좋을 것 같다.

나에게 삶의 태도를 조금 바꿔준 책이 아닐까 싶다.
나의 쓰임은 무엇일까, 나는 뭘 할 수 있을까를 책을 덮고 나서 한참이나 생각해 봤다. 그럼에도 해답은 찾지 못했지만 사랑으로 기꺼이 희생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뜨거운 여름날, 빛을 향해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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