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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 -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권장도서 13권 수록
강성률 지음 / 아주좋은날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흔히 '서양 고전'이라하면 '어렵다'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곤 했는데,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이라는 책이 나왔다길래
일단 가볍게 서양고전으로 다가갈 수 있게 쓰인 책 같아 얼른 읽어 보았다.
역시나~~~나처럼 서양 고전을 읽고는 싶지만,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 분~~
한번 아이와 함께 챕터별로 읽고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에는 13개의 서양 고전이 언급되어 있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플라톤의 <국가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헤겔의 <역사철학강의>, 애덤스미스의 <국부론>, 마르크스의 <자본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마르쿠제의 <일차원적 인간>,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등이 그것이다.
제목만 들으면 우리 생활가 거리가 먼~~내용들이겠거니 하겠지만
하나하나 파고들어 읽어보니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의 연관성과 각 철학자들의 생애, 그리고 그들이 주장한 이론들이 당시 어떤 변화들을 이끌어내었는지를 알아나가다 보니
한 사람의 사상이 당시의 풍조를 바꿔놓을 수도 있는 보이지 않는 큰 힘을 가졌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대단히 존경스럽기도 했다.

소크라테스는 알려졌다시피 추남이고 그의 아내는 악처로 유명하다. 가난이 싫었던 그의 처는 남편이 철학자라는 직업을 갖지 못하게 하려고 온갖방법을 다 쓰며 못살게 굴고 심지어 도망가는 소크라테스를 쫓아가 시장 한복판에서 옷을 마구 잡아당겨 찢기도 했다 하니 악처로 소문나는 게 당연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내의 입장에서 그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건 어쩌면 인지상정인지도..;;
소크라테스는 청년을 부패하게 만들고 당시 나라에서 인정하는 신이 아닌 다른 신을 믿는다는 이유로 사형집행이 되는데 사형집행을 앞두고 그의 죽마고우인 크리톤은 "돈이 얼마가 들든지 관리들을 매수할 테니 탈출하라는 권유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이제까지 나는 아테네 시민으로서 아테네 법이 시민에게 주는 특권과 자유를 누려왔네. 그런데 이제 와서 내게 불리해졌다고 그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비겁하지 않은가?"라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이 대목이 그 유명한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부분이다. 그러니 실제로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것..
글을 읽는 옆 날개단에 저렇게 어려운 용어나 개념 해설이 나와 있어서 나처럼 고전을 어려워했던 사람들도 내용을 쉽게 접하도록 하고 있어서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챕터별로 끝부분에 학자의 학설과 관련하여 출제되었던 수능기출문제가 나오는데, 이것을 푸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ㅠ 수능세대가 아닌게 다행인가^^ 왜이리 어려운 고야...ㅠ
문제을 읽고 또 읽고, 객관식 답지를 읽고 또 읽고..간신히 이해하고 풀어도 반은 틀린다...헐..굴욕^^정말 수능 사탐문제를 풀기위해서 서양 고전도 깊이 있게 읽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 딸에게는 미리미리 조금씩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실감했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쇼펜하우어~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철학자..쇼펜하우어에 푹 빠졌다. 그의 사상 한마디한마디에 수긍과 공감이 갔다고 해야할까..
염세적인 그의 태도가 좀 멋있어 보였다고 할까..^^ 내가 당시를 살고 있었다면 쇼펜하우어의 추종자가 되었을듯~~?^^
쇼펜하우어는 인간이나 세계가 맹목적 의지의 충동을 받고 있다는 비합리주의적 철학으로 의지와 무의식, 삶을 강조하며 헤겔철학에 대한 비판과 반동에서 나왔다.
인간은 무의식적인 삶의 의지로부터 끊임없이 충동을 받는다. 기억이나 성격도 의지에 의해 결정되며, 종교마저도 우리의 의지에 대하여
내세적 삶을 약속하는 것을 뿐이다. 더욱이 무의식적 의지는 휴식 없이도 그 왕성한 활동을 계속한다. 그것은 마치 심장이나 호흡 운동처럼 지칠 줄 모른다.
왜냐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행해지는 것은 피곤함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 148P
특히 흥미를 끌었던 건 쇼펜하우어와 헤겔의 악연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지만 그의 책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초판 이후 16년 동안이나 빛을 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출판업자도 그 판본을 대부분 폐지로 팔아버릴 결심까지 할 정도였다는데, 그런 와중 이 책이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철학의 역사에서 큰 행운이라고 한다. 조만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번역본을 구해 읽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또하나 기억에 남는 건..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공부에만 열중했던 <국부론>의 저자. 애덤스미스..
그는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었을 때 병문안을 온 친구에게 자기가 죽으면 미완의 원고와 자료들을 태워 달라고 부탁했다.
죽음을 앞두고 스미스는 친구에게 자기가 보는 앞에서 그것들을 태워달라고 부탁하여 10여권의 노트는 한줌의 재가 되었다는데,
만약 그가 미완의 원고를 모두 완성할 시간이 그에게 있었다면, 인류의 귀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는 <국부론>과 함께 그의 사상을 대변할 또 한권의 책이
세상에 존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세월이 지나 그것을 읽는 나도 이렇게 안타까운데, 죽음을 앞둔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원고들을 태운 친구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싶다..책을 읽으며 서양 고전학자들과 대화를 나눈 기분이다.
그냥 어렵게만, 멀게만 생각했던 마르크스, 프로이트..세월의 흐름을 뛰어넘어 그들의 이론이 아직도 통용되고 읽혀지는 것에는 우리가 지금을 살아가면서 그들에게서 얻어 낼 무언가가 분명히 있기 때문일 게다.
저자의 바람처럼 그들의 사상들을 한꺼번에 읽고 내팽개쳐 두는 게 아닌,
서양 고전으로 천천히 빠져드는 재미를 주는 디딤돌 역할을 할 만한 책이다.
<한우리 북카페 도서 지원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