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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고전 독서클럽 - 교실 밖에서 만나는 새로운 책읽기
수경.최정옥.최태람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며 고전의 효과를 다시한번 깨달았다고 할까..
그리고 고전이 주는 재미 또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좋은 고전을 소개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있는 내용을 건드려 주고 있다. 저자는 남산강학원에서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강의도 하시는 분으로, 십대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이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전해 주고 있다. 실생활에서 소재를 끌어내어 책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어서인지 고전이 온전한 고전으로 다가오기보다 이렇게도 적용될 수 있구나,
이런 사회 현상과 접목하여 풀어낼 수 있구나...를 느끼게 되어 고전을 읽는 방법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느낌이다. 내가 읽은 고전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작가의 해석이긴 하지만 마치 내가 고전 한 권을 다 읽어 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러한 고전 읽기를 통해 어렵게만 느꼈던 고전의 문턱이 좀 낮아졌다고 해야 하나.
이 책은 총 6장에 걸쳐 정치와 사회, 자본주의와 소비, 몸, 주체, 공동체와 관계, 공부라는 큰 주제로 구분하여 각각의 핵심에 맞게 고전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주 변에서 흔히 논의되는 주제와 그에 맞는 책읽기, 그리고 고전의 발췌와 해석, 현실에의 적용 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나와 그런지 저자가 소개한 고전을 접해 보고 나도 나름대로 그에 걸맞는 해석을 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고전 중 반도 안 읽은 나이지만(부끄;;) 나에게 고전을 깊이 있게 읽는, 고전으로의 지름길을 마련해 준 책이다.
특히나 "만국의 베짱이들이여, 게으름을 피우자!"라는 주제로 풀어내고 있는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수 있는 권리>라는 책은 가장 먼저 읽고 싶은 책으로 꼽아 두었다. 라파르그는 적게 일하고, 대신 우리들의 창조적인 삶을 위해 기쁘게 시간을 보내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게으를 수 있는 권리'라는 말, 일이 정말 많아도 너무 많은 사람에게 반가운 말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참으로 반어적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모순이 느껴지는 말이지만
라파르그가 말하는 '게으름'이란 축 쳐저서 되는 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권리로서 선언해야 할 게으름이란 나와 우리의 고양된 삶을 위해 우리 스스로 보다 활발발(活潑潑)해지는 것을 뜻한다. -42p
게으름을 이렇게 해석한 라파르그는 <자본>과 <공산당 선언>으로 유명한 카를 마르크스의 사위라고 한다. 장인과 사위가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나도 생각했는데,
저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마르크스의 책도 함께 읽어 보길 권하고 있다.
겉보기에 그렇게 보이지만 책을 읽으면 일맥상통하는 이론이어서일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며 마르크스의 책을 권하고 있지만, 그건 저자의 생각이고~~~
둘의 생각의 차이를 알기 위해 섣불리 책을 들었다가 머리 아파오는 고통을 느끼며 말그대로 기냥 더 게을러지는 건 아닐지 심히 걱정^^;;

또한, 소비관련, 요즘 십대들의 경제관념과 관련된 챕터도 기억에 남는다.
요즘 십대들에게 아르바이트는 일반적이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조사한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십대들이 알바를 하는 이유는 유명 메이커의 옷이나 가방, 신발을 사기 위해서가 1위였었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자기 치장을 위한 이러한 십대의 노동을 카를 마르크스의 말일 빌어 '자기소외'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장의 주제보다 십대들의 경제학을 논한 이 부분에 대한 공감이 가장 많이 간 부분이기도 하다.
십대들이여, 그대들의 몸은 소중하다. 그 소중한 몸을 꾸미고 일하느라 혹사시키지 말고, 소외시키지 마라. 존재감은 패션이나 미모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대가 일할 때 느끼는 기쁨, 그대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감, 그대를 충만하게 해 주는 건 그런 것들이다. - 63p
고전을 읽는 사람들에게 혹자는 옛날 글들, 옛날 생각들이라고 하며 오늘날의 사회 현상과 동떨어져있는 건 아닌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고전을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이다. 당시의 혜안들을 지닌 작가와 지금의 사회 현상에 적용할 수 잇는 삶의 연속선상에 있는 고전.
고전의 작가들은 현재와 미래의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회 현상을 당시에도 놓지지 않았다. 당시의 눈으로 현재, 그러니까 미래의 문화 현상도 짐작을 했기에 고전을 읽음으로써 풀리지 않은 문제도 그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지금뿐만 아니라 후대에까지 고전의 힘은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보이지 않는 힘을 읽었다. <게으를 수 있는 권리> 다음으로는 당장 불안은 자유의 가능성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키에르케고르의 <불안의 개념>이라는 책을 펴고 싶다.
현실과 마주한 자가 느끼는 불안..어떤 것을 시작할 때 느끼는 불안을 참으로 숨기고 싶고 들키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키에르케고르는 현실을 마주한 자가 느끼는 떨림으로 보고 있다니, 무언가 불안을 느끼는 내 자신이 이제는 다행스럽다고 해야 하나,,
마음의 위안까지 얻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고전에는 우리의 삶이 녹아 있었고, 공동체적 삶을 가르치고 있었으며, 소비 경제학, 앎의 가르침 또한 알려 주고 있다. 당장의 현실에서 무엇을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흔들리는가. 나 자신의 삶을 알고 싶은가. 어떤 고전을 먼저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가.
이 책을 펼쳐들고 고전과 마주대해 보라. 고전이 슬며시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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