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는 간디가 없다
마크 톰슨 지음, 김진 옮김 / 오늘의책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인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간디인데 인도에 간디가 없다니, 많은 사람이 이 책의 제목이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구심부터 가질 것이다. 인도에 가본 사람이든 가보지 않은 사람이든, 대부분 인도에 대한 기본 상식의 첫 번째 항목으로 간디를 꼽을 것이다. 이처럼 간디와 인도는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되는데 이를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제목은 그 의미를 알기 전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슬픈 현실이지만 인도에 카레가 없는 것처럼 인도에는 간디가 없고, 더 이상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인이 없는 것처럼 그의 실천사상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인도에는 간디가 없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며 현실이다. 왜냐하면 인도 어디에서도 살아 있는 간디의 기운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도에서 간디는 그곳 빈민촌의 활력 없는 오후처럼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상기시키지 못하며, 간디의 혼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빛바랜 유적을 통해서만 그를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인도에는 간디가 없다>는 간디의 삶과 사상을 관통하는 지름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 지름길은 바로 간디가 일생을 바쳐 추진했던 ‘아쉬람 건설’이다. 삶의 단순화와 인간 내면의 힘 증대, 그리고 세속적 욕망으로부터 초연한 삶을 실천하기 위해 간디는 아쉬람 건설에 몰두했다. 뿐만 아니라 아쉬람은 인도 독립과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에서 늘 선봉에 섰다. 이 책은 이러한 아쉬람의 모든 활동을 생생하게 전하면서 그 도전과 좌절의 과정을 냉철하게 짚고 있다.

간디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으로 제시한 비폭력주의를 실험하는 실험장으로서 아쉬람을 세우고, 그 안에서 평등한 사회구조와 경제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인도인에게 맞는 교육제도들을 개발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소박한 삶과 절제, 노동을 통해 영혼을 정결하게 하려 했으며, 아쉬람은 이러한 생각을 공동체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이 책은 간디의 사상과 그 실천이 그 자신 혼자만의 고안(考案)이 아니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의 아쉬람 공동체 사람들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감동하는 간디는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었다. 아쉬람 운동가로서 그의 모든 진리추구와 비폭력투쟁은 아쉬람을 통해 실험되었고 실천되었다.

그 자신이 공동체의 삶의 양식이야말로 진리파지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믿었기에 수없이 좌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람에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거의 평생을 아쉬람에서 산 간디인데 그의 아쉬람 생활을 살펴보지 않고 그의 사상을 추적해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도에는 간디가 없다>는 간디의 아쉬람 운동을 중심에 놓고 간디의 꿈과 절망, 그리고 그의 아쉬람을 역사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간디의 어느 한 사상이 아니라 그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의 책들이 간디를 간디의 ‘머리’만 파고들었다면 이 책은 간디의 ‘몸’ 전체를 맞닥뜨리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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