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사무라 히로아키씨의 작품세계는 실험적 시도로 가득차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창작을 하는 사람들의 작품 속에는 실험적 시도가 있지만, 유난히 사무라 히로아키씨의 작품들(특히나 단편들)에는 실험적인 시도가 많다. 그것이 대부분 독자들이 작가를 아는지 여부를 떠나 충격적인 결과로 돌아오긴 하지만, 그것을 즐기는지 항상 그의 작품은 실험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의 실험적 작품들이 그런 괴기스러운 실험들로 가득했음에도 팔렸던 것은, 어느정도 그 실험을 커버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담은 배경이나 스토리가 충실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작품은 (적어도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무슨 페티쉬 동인지같은 느낌이었다. 페티쉬적인 요소를 많이 첨부해놓긴 하였지만, 대부분의 경우 스토리보단 그냥 그 현상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페티쉬라는 것이 간접적인 자극인 점이나, 사무라씨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독자였던 점에서 볼때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어쩌면 사무라 히로아키라는 이름이 너무나 큰 기대감을 불러왔는지 모르겠다. 그의 실험이 괴기스러웠고, 모두가 그에 경악했으나 그의 네임밸류를 드높인 것은 사실이다. 다른 작가의 기준에서 본다면 이 역시 엄청난 실험이다. 하지만 사무라씨 치고 너무나 소심했던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한번 그의 과격하고 괴기스러운, 어찌보면 매드 사이언티스트 적인 면모의 작품을 기다리는 내가 너무 마니악한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