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과 사랑의 대화
김형석 지음 / 김영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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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년을 맞은 #그랜드마스터클래스 (이하 GMC). GMC는 각 분야의 연사들이 수많은 군중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청중들과 질의응답의 시간을 갖는, 소위 지식인들의 축제다.


이번 GMC의 라인업 중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근 100년을 살아온 철학자’ 김형석. 100년을 산 현인은 어떤 생각을 할까. 마침 그의 책을 접할 기회가 생겨 읽었다.


이 책은 작가가 1960년대에 출판한 책이다. 대한민국 1세대 에세이였고,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부수인 60만부를 판매하였다고 한다. 과연 그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전체적인 감상평을 한 줄로 말하라면


현인의 깊은 마음을 범인은 헤아리지 못하겠다.


였다.


책의 내용은 전형적인 근대식 구조였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아라.’ ‘겸손해라.’ ‘애국해라.’ ‘검소해라’ 등등의 조언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에서 나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물론 그는 말뿐인 사람은 아니었다. 에세이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종교적인 부분을 다룰 때 저자의 삶을 볼 수 있다. 글에 묻어나오는 그의 삶은 무척이나 청빈하다. 하지만 그 청빈함의 모습은 마치 고행자의 모습과도 같았다.


일례로 부인이 선물 받은 반지를 끼자 ‘귀부인이 되었다’라며 ‘예수의 가족처럼 가난하게 사는 게 제일이다’라고 타박하는 내용이 있다. 그 부분을 보면서 나는 ‘일반인들이 그와 같은 삶을 살기란 너무나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품었다.


김형석 교수는 좋은 선생이다. 그리고 그의 말과 글이 당시에 큰 인기를 끌만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인기가 예전만 못할 것 같다.


어른의 말씀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것에 반발심이 드는 것은 아직 부족한 나의 생각과 경험 때문이라 믿고 싶다.


p.s 마지막 장인 ‘어느 구도자의 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이 부분은 정말 친구의 일기였을까. 나는 ‘S가 친구라는 이름을 빌린 저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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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 깊은 문장


그가 어떤 사람인가는 그가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22p


인생이란 참으로 고독한 것이다. 때로는 부모와 처자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충을 오래 간직하고 사는 것이 우리의 일생이다. 그러므로 언제든지 그립고 찾게 되는 것은 참된 친구다. 68p


사람은 비밀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그 비밀은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얘기하고 싶어 감추어두는 것이 아닐까. 만일 아무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는 비밀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저주받은 인간이 아닐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란 그 앞에서는 아무 비밀도 지킬 필요가 없는 사람이 아닐까? 336p


나는 아무도 없는 사막 모래밭 위를 혼자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선지 애조를 띤 유행가 소리가 라디오를 통해 들려왔다.

나는 슬퍼졌다. 눈물이 자꾸 쏟아졌다. 햇볕은 여전히 따가웠다.

영원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 없었던 들 누가 내 발을 일보라도 옮겨놓을 수 있었을까? 4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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