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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창창 -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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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딸들이라면 누구나 생각하지 않을까. 엄마와 나는 애증의 관계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여전히 그럴지도 모른다.

이 책은 곽용호라는 이름을 가진 대한민국의 여성과 그의 엄마인 곽문영의 이야기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드라마 각본 작가로 유명한 엄마인 곽문영의 그늘 밑에서 곽용호는 자신의 색을 잃어버린 채 자란다. 성인이 된 용호는 이렇다할 직장에 취직하지 못한 채 자존감을 잃어가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커리어에 욕심을 내고 가정을 등한시하는 엄마를 혐오하게 된다. 어느 곳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잠길 즈음, 드라마 집필을 앞두고 엄마 곽문영이 홀연히 사라진다. 증발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 싶을 정도로.

그렇게 용호는 자신의 옛 연인이자 친구인 함장현과 함께 엄마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곽문영을 찾는 곽용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과정을 거쳐 용호가 만나게 되는 인물의 이야기로 서술된다. 이야기 속에서 점차 색을 찾아가고, 그토록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용호의 모습에서 나는 무언가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이 감정의 실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각자의 가정에 저마다의 사정이 있듯, 성공한 이의 완벽해 보이는 인생은 겉으로 보기에 행복해 보이지만 실체는 알 수 없다. 곽용호와 곽문영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이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엄마의 흔적을 좇으며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주변의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용호의 모습을 보며 읽는 내내 어딘가 턱 막혔던 숨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위안을 느꼈다. 가벼운 힐링이 아닌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끝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감히 추천하고 싶다.


p. 130

아마도 사람들은 자라고 닳으며 안경을 하나씩 끼게 되는 게 아닐까. 안경은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곳만을 감각하게 만들어주며 안경의 도수가 높아질수록 더더욱 그 바깥의 것은 인지할 수 없게 된다. 도수 높은 안경을 쓰면 으레 시력은 더 퇴화하게 마련이니. 안경 없이는 언제나 뿌옇게 보이는 세상만을 마주하고 결국 답답함에 다시 눈에 도수를 얹는다. 그리고, 반복한다. 세상을 잘못 감각하기를. 다른 사람이 선명하게 보는 것은 두꺼운 테에 가려지거나 혹은 테 밖의 뭉개진 시야에 머물러 버리고, 다른 사람이 흐리게 보는 것에는 가장 날카롭고 기민하게 감각하며 반응하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별빛창창 #설재인 #밝은세상 #한국소설 #한국장편소설 #베스트셀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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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국을 보았다 - 10만 부 기념 뉴에디션 나는 천국을 보았다 1
이븐 알렉산더 지음, 고미라 옮김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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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천국을보았다 #김영사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즈음 사후 세계를 상상해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한다. 이 책은 그 상상의 나래에 스케치를 도와주고 색칠까지 해 준다. 이야기의 시작인 고통부터 뇌사 상태에서 겪은 사후 세계에 관한 내용이 생각보다 상세하게 적혀 있어 나도 모르게 책 속으로 흡입되어 빠르게 페이지를 넘겨갔다.

책의 서문도 그렇고 그저 작가가 겪은 사후 세계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고 섣불리 판단했다. 사후 세계는 살아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죽어야만 알 수 있기에. 그렇기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올 때면 의심부터 하게 되지만, 실제로 7일간 뇌사 상태에 있던 신경외과 전문의가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나열한 것들이라 의심은 거두고 읽을 수 있었다.

사후 세계에 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 동시에 과학적인 설명이 첨부되어 전문의가 쓴 글이라는 게 제대로 느껴졌다. 중간에 서술되는 작가의 가족 이야기 또한 이 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감히 내가 상상해 보지 못했던 사후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서술한 이 책으로 인해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작가가 죽음 너머 무엇을 깨달았는지, 결국 우리에게 무엇이 소중한지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가 친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을 때 같이 상처를 받은 기분이라 마음이 아팠다. 이런 잔잔한 에피소드들이 그가 겪은 사후 세계의 이야기들을 뒷받침해 주는 것 같다.

p. 271
우리가 사랑에 대한 구체적인 감각을 잃어버린다면, 그래서 사랑이 우리 삶의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실제적이라는 걸 잊어버린다면, 삶의 저 밑바닥의 어떤 본능적인 것이 우리를 집어삼켜 버린다.
당신은 사랑받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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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낭군가 -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6
태재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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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 좀비부터 다양한 좀비 이야기를 풀어낸 단편집 좀비 낭군가.

처음은 그저 조선시대와 좀비라는 키워드만 보고 킹덤과 같은 이야기인 줄 알았다. 사실 킹덤은 보지 않았지만, 좀비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흥미롭게 페이지를 넘겼다.

사실 좀비 주제의 이야기라 함은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인간이 주가 되는 이야기가 다반사였는데, 이 단편집은 좀비로 변했지만 정신은 멀쩡한 화자의 이야기도 있고, 자신이 좀비가 된 줄 모르고 살아가는 화자의 이야기가 있다. 좀비로 변했지만 정신은 멀쩡한 이의 이야기는 상상하지도 못한 주제이기에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단편집으로는 <침출수>, <메탈의 시대>였다.

침출수는 좀비에게 쫓기는 과정과 화자의 심리 묘사가 깊게 들어갔기에 좀비 배경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면, 메탈의 시대는 좀비가 되어서도 공연을 하고 싶다는 열망과 그것을 펼쳐내려는 화자의 이야기가 너무 무겁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가볍지도 않게 잘 풀어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나는 살면서 그만큼 무언가가 강렬히 하고 싶은 게 있었나, 생각을 해 보았다. 그저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좀비에 관해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던 나에게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 기화를 준 이 단편집이 고맙게 느껴졌다. 스릴러 특성상 페이지 터너라 생각이 들 만큼 빠르게 몰입되어 읽을 수 있었다. 좀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책이다.


p. 66

상대의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포기할 마음이 없다는 것에서...... 오늘 밤 도아도 좀비였다.


p. 79

하지만 자기처럼 다리를 다치면 누군가가 슬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였더라. 다리를 절며 앞서가던 누군가가 있었는데.


p. 139

걸리적거리는 물체가 어깨에 얹어지자 성가시고 안락한 무게가 느껴졌다.


p. 146

역시 메탈이 세상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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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제곱이 되었다 시네마틱 노블 2
전혜진 외 지음 / 허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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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제곱이되었다 #허블
sf와 사랑이라는 어찌 보면 어울릴까? 싶은 주제들이 잘 어우러진 단편 모음집이다. 나는 sf는 좋아하지만 로맨스 장르는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어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렇기에 대놓고 신파라거나, 사랑을 강조하는 내용이 없어 보기에 편했다.

책 속의 소설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사랑이라 하면 남녀간의 로맨스가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가 아닐까 싶지만, 사랑에는 여러 가지의 종류가 있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나는 이것도 사랑이라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푸른 별을 향한 사랑,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사랑. 이런 다양한 주제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sf라는 소재에 자연스레 녹아낸 것이 이 책이라 생각한다. 뒷 표지에 적힌 스토리의 무한한 가능성, 그 자체라 생각한다.

연말, 따뜻한 온정이 필요한 시기에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근래 찾아온 역대급 한파에 몸도 마음도 얼어버린 지금, sf라는 신비로운 장르와 간질거리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지친 마음을 달래 주는 소중한 책을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후에 발간될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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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2 벽 SF 보다 2
듀나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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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 SF 단편 모음집.

난 처음 벽이란 단어를 보고 눈앞에 보이는 벽을 제일 먼저 생각했다. 아마 1차원적인 단순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단편 모음집에서 각각의 작가들은 벽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성에게 한정된 유리천장처럼 뛰어넘을 수 없는 벽, 베를린 장벽처럼 나누고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벽, 차원 사이에 있는 시공간의 벽,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마음의 벽.

벽에 대해 깊게 파고들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처럼 함부로 가늠할 수 없는 게 벽 너머의 세계라는 것을 생각했다. 유리천장을 깨부수는 여성처럼 거대한 벽 앞에 좌절하지 않아야 하며, 벽 너머의 세계가 무엇인지 지레짐작하여 섣불리 좌절하려는 태도를 갖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무너뜨리기>를 읽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가까이 있어도 생길 수 있으며, 멀리 있다면 너무나도 쉽게 생기는 마음의 벽. 인간이란 불완전한 특성 때문이기도 한 걸까. 어떻게든 부피를 키워가는 벽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역시 어렵고, 조심스럽단 생각을 잠시 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그 벽을 세우지 않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는 것보다 다시 한 번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뜻이 아닐까 이런 감상을 떠올렸다. 역시 어렵다.


p. 13

사람과 방과 계단과 궁전을 넘어, 누군가 우리에게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기도하고 그리는 일. 우리에게 메타포가, 비유와 우화가, 문학이 그런 것처럼. 이야기는 벽이 되고 문이 되고 세계가 된다. 책은 벽돌이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고, 이제 꿈꿀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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