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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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는 않지만 뿌연 마음을 안고 , 그 뿌연느낌의 막연함을 덜어내려 여행을 떠났다. 그 여행은 책과 짐보따리 하나면 충분했다.

오랜만에  속도를 자랑하지 않는 덜컥 덜컥 소리며 .. 다리를 앞 좌석에  턱 올려 놓고도 구애받지 않을만큼의 넓직한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이책을 끼고 나는 1박2일 여행을 떠난 거였다.

 

책은 표지만으로도 내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고, 제목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그 그리움이  나를 데려가 달라고 나도 기차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소리치는것 같았다. 사라져 가는것들. 잊혀져 가는것들 은 제목만큼이나 책속 사진이나 이호준님의 글속엔 그리움과  따뜻함이 묻어난다. 에세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에세이는 저자의  문체에 따라  미묘한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이호준님의 책은 처음으로 읽지만 내게는 따뜻하고 뿌연 탁함으로 가득찬 내마음을  털어내기에 충분할 만치의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내 기억속에서도 사라져 가는 것들과 잊혀져 가는 것들을 떠올려보면 그 아련한 느낌이 먼저 밀려오는데.. 이 책속에서 사진을 보며 내가 공감하는 것과 또  액자구성처럼 어릴적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서 봤을법한  그런 대장관이나  까까머리를 연상케 하는  낡은 이용소는 사진을 보는것이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새까만 보석 연탄은  추운 겨울의 아침 등교길에 내리막에서 만나는  살구색 양탄자와도 같았다. 그걸 툭툭 쳐내며  지붕위 자동차위 하얀눈을  뭉쳐 친구들에게 던지며 즐겁게 등교하던 그때가 지금도 뭉게뭉게 기억의 꽃을 피운다.  큰집이 시골이었던 터라 ..또래 아이들보다는  사라져가거나 잊혀져 가는 것들을 더 많이 경험했던 나..

겨울이면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걸 돕겠다고 나무 장작을 넣거나 .. 뒷산에 올라가  쇠총으로 토끼 잡는걸 망보거나 ,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릴적 사진속 마당속에 있는 초가집은 책속의 둥그런 지붕 만큼이나 둥근달처럼 따뜻함을 자아낸다.

 

밤이 깊어가는 여름밤  해가 지면 깜깜해 지던 그 밤에 마을 하나 가로등 하나로  작은 궁전을 이뤘던 그때.. 그 가로등 벽에 촘촘히

붙어있던 아기 청개구리를 ..새끼손가락 한마디 정도 되는 그 작고 귀여운 청개구리를 잡겠노라고 언니 오빠들 틈에 끼여서 까르르 웃고 장난치던 그때를 나는 기억한다. 지금은 개구리도 보기 어렵고 , 리모델링한  집들을 보며 그 모습을 다시 찾아볼수 없지만..

시간의속도를  비껴갈수 없는 시골의 풍경도  지금부터 또 몇해가 지나서는 그리워 질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짧막한 기행수첩이  여행을 부추긴다. 섶다리도 건너고 싶고, 해질녘  섶다리밑으로 반짝이는 강물도 보고 싶다.

이책은 나보다 엄마 아빠가 더 좋아하셨다. 그래서 먼저 읽고 주겠노라며  열흘을 멀다하고 끼고 다녔다. 조금씩 조금씩 아껴먹었던 어릴적 사탕한알과 껌 하나 처럼..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읽고 싶었던 책..  또 이렇게 내 마음에 쏙 드는 책한권을 알게 된것..

뿌연 내 마음속 탁함을 덜어내준 책을 만나게 되서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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