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나쁜 마음이 점점 커지면? 배 터져요! - 유치원 교사와 사고뭉치 귀염둥이 아이들의 행복한 동행
정현숙 지음 / 혜문서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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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신문에서 한 할아버지의 일기책을 소장한 박물관의 기사를 보았다. 여러권으로 되어있는 일기책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긴박함과 전쟁후 물가의 변화등이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일기책을 통해 역사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30여년간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일상의 소중한 경험과 통찰을 적은 글이다. 그 동안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많은 학부모들을 보았을 유치원 선생님이 에피소드와 함께 삶을 바라보는 성찰이 담겨있어 한 낮을 시원하게 웃겨주기도 하고,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세 꼭지로 나눈 소제목은 동행, 선물, 성찰이다. 작가는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삶을 고민하고 작은 것에 감동받으며 살아온 흔적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데 단순히 아이들과 있었던 이야기로 끝나지않고 그것으로 삶의 지혜를 볼 수 있게 해주어 책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 우리 아빠는 하늘나라 가셨다."

"그럼, 구름 위에 있겠네"

"떨어지면 어떡해"

"아니야, 안 떨어져. 하나님이 붙잡고 있어"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아이와 친구의 대화이다. 아이는 잃은 것에 대한 아쉬움과 자신의 소망과는 상관없이 소중한 것을 박탈당한 슬픔의 그림자가 아닌 의지에 찬 얼굴이었다...... 아이는 구름 위에 있는 아빠를 붙잡아 주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아빠의 죽음을 승화시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구름위의 아빠는 절망이나 공포스런 모습이 아닌 환한 빛이었고 포근하게 안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본문중-

 

가슴이 짜안한 상황이지만 아이들의 대화는 특유의 순수함으로 힘든 일을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 숙연하게 한다. 오랫동안 교사로 활동해왔지만 늘 어린 아이에게서 배우고 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아이앞에서 작아지는 나를 느낀다.

 어린 아이는 어리석기에 잘 가르치고 이끌어야한다고 생각해 온 무거운 짐을 이제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나의 교만함을 부끄러워 하게 하는 책이다.

 

조금 무겁게 썼지만 사실 이 책은 읽는 내내 활짝 웃었던 즐겁고 행복한 책이다. 아이들의 엉뚱함 속에 담긴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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