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기행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10.12.05  

 200일간의 아메리카 횡단 여정을 몇시간만에 읽어내린다. 아동폭력을 목격하고 그 어머니의 손목을 잡는 담대함이나, 자신을 응시하는 슈퍼마켓 점원에게 한마디 쏘아부칠 수 있는, 그리고 그를 무시하는 맥도날드 점원에게 '아프리카에서 어제 날아온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한 동양인이 책 안에 있었다. 

 어쨌건 동양기행에서 시작해 인도방랑, 티베트 방랑에 이어 아메리카 기행까지. 후지와라 신야의 여정을 한주기정도 따라왔다. 

 동양기행은 특히나 사진들이 내 눈을 잡는다. 또한 그의 다른 책에도 녹아있는 그의 정서나 생각의 방향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려준다. 

 인도방랑은 그의 어떤 책보다도 위트가 있다. 별의별 사람들이 모여사는 한가해 보이는 인도인들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인도의 이야기라면 무작정 좋아할 준비가 되있어 그런지도 모른다. 후지와라 신야가 그린 인도인들은 그들의 누런 이빨이나 지저분한 몰골(물론 내 편협한 이미지일뿐이지만)과는 관계없이 순진하고 해맑은 이들이다. 내가 그리고 꿈꾸던 바로 그 인도 자체이다. 

 티베트 방랑는 3/4쯤까지 꾸역꾸역 단지 글자로서 탐독하다가 결국 그만 두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황량한 땅을 이토록 끈질기게 묘사할 수도 있는가. 그 무미건조한 땅에서 나도 과연 그렇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발견하고, 그려낼  수 있을까.하는 아직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글이 아니다란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 

 마지막으로 아메리카. 이  책은 주욱주욱 읽어내렸다. 그만큼 나도 모르게 미국의 이야기는 내게 가까워져 있었다.  동양인이라는 이방인으로 미국 곳곳을 경험하며 자신의 생각을 기록한 이야기. 이미 '나'의 이야기가 되었고 전세계 많은 나라들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1980년대 미국의 이야기는 나를 실소하게도, 씁슬하게도, 가끔은 사랑스러운 기분으로도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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