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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울지마세요
샐리 니콜스 지음, 지혜연 옮김, 김병호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하고 싶은 일.
1. 유명한 과학자가 되는 것. 무언가를 발견하여 그것에 대해 책을 쓰는 일
2. 세계기록을 깨는 일 (물론 운동 분야는 아니다. 어리석기는...)
3. 절대 보지 못하게 했던 모든 공포 영화를 보는 일 (15세나 18세 이상이어야 볼 수 있는)
4.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든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보는 일
5. 유령을 보는 일
6. 십대가 되는 일. 그래서 다른 십대들처럼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워보고 여자친구를 사귀어 보는 일
7. 비행선을 타 보는 일
8. 우주선을 타고 올라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다보는 일
이것은 이제 열 한살이 되는 샘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다. 이제 열 한살이니 아직도 많은 날들이 아이의 앞에 있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겠지만 샘은 백혈병 환자이다. 그리고 벌써 두번이나 재발한 상태이다. 백혈병은 암의 일종이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불안 불안한 삶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다.
샘은 펠릭스(병원에서 만난 아이이다. 펠릭스도 병명은 안 나오지만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와 함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하나씩 해 나가고 있다. 펠릭스의 아이디어로 임시 옷장 나이트클럽을 만들어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하고...펠릭스의 집에서 무서운 영화 '엑소시스트'도 보았고... 영혼을 불러내는 놀이도 하였다. 삼촌이 하시는 바에서 술도 마셔보고... 펠릭스의 사촌, 케일리와 키스도 해 보았다. 담배도 피워봤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거꾸로 올라가는 것도 해보았다.
언제 다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샘은 펠릭스로 인해 하나 하나 소원을 이루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펠릭스는 수업에 오지 않았고... 펠릭스가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알게 된다. 샘은 펠릭스가 있는 병원에 갔다. "네가 어서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어." 펠릭스는 샘이 온 것을 안 것일까? 눈을 뜬 것이다. 그리고는 영원히 눈을 감아 버린다.
정말 싫다. 이렇게 슬픈거... 샘도 언제 죽을 지 모른다. 그런데.. 친구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거... 정말 싫다. 어느새 내 옆에 티슈통을 갖다 놓고 읽어 나가고 있었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거... 누구이건... 슬프다. 마지막이란 거... 너무 슬프다. 눈물샘이 고장이 난 거 같다. 달팽이가 지나 간 것 같은 길을 내며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 거 진짜 싫다.
샘은 자기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 약도 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아빠는 샘을 위해 비행선을 태워준다. 이제 우주에 나가 지구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는데... 그것은 좀 어려울 것 같다.
샘은 점점 그 생명이 옅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참으로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샘이 편하게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샘이 꾼 꿈처럼... 그렇게 자신이 자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렇게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다.
이제 막 봉오리가 진 꽃이 그만 지고 말았다. 내가 샘의 엄마가 된 것처럼, 감정이입이 되어... 슬퍼서 미치겠다. 암에 걸려서 나아진 것이 뭐가 있냐던 물음에 답 하던 샘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살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같은 거... 나도 모르겠어.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시나는 것인지... 그리고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기도 하고... 그런 것들 말이야."
샘을 통해 가슴이 알싸하다. 너무나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들에 대해 샘이 내게 일깨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