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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1250℃ 최고의 나를 만나라 - 자신이 원하는 내일을 스스로 만드는 지혜
김범진 원작, 백창화 지음, 김미정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우리의 아이를 늘 토끼로 키우려고 한다. 거북이처럼 느려서는 경쟁사회에서 도태된다고 말한다. 늘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빠르게...를 주문한다. 채근하고... 거북이를 토끼가 되라고 한다. 나도 거북이인 아이를 어떨 때는 토끼처럼 빠르지 못하냐고 나무라고... 거북이처럼 느리냐고.. 책망한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요즘 아이들, 안 그래도 우리 때보다 너무나 바쁘다. 몇 일전에는 아침에 나간 아이가 저녁 7시에 들어왔길래 "아이고, 우리 아들. 이제 퇴근해?" 했더니... 아이가 발끈한다. 신학기 책을 받아와서 가방도 무거운데... 엄마는 놀리기나 한다고.. 조금 가라앉은 뒤에 물었더니... 친구 집에서 조금 놀다 태권도에 갔다 왔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놀기라도 하지. 요즘 아이들, 쉴 시간도 없이 학원순례에 바쁘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 책은 부모들이 먼저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제트가 할아버지 거북이 '슬론'을 만나 하이어섬으로 떠나는 여정을 함께 겪으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도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반성을 하게 된다.
할아버지의 도자기 비유는 잔잔한 감동을 나에게 선물했다. 똑같은 흙으로 빚은 도자기를 가마속에 넣고 700도가 넘는 불길속에서 초벌구이를 하고... 유약을 발라 1250도의 높은 불가마속에서 다시 한번 구워지게 된다. 이렇게 높은 온도를 견뎌내야지만 제대로 된 그릇으로 사용되어지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 제트, 얘아. 너는 이제 막 들어온 그릇과 같단다. 네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너는 아직 어리고 시간은 충분하단다. 남과 비교하지 마라. 모든 거북이가 토끼처럼 빠르다면 그건 토끼일 뿐, 거북이가 아니겠지. 거북이가 소리를 못 듣는다고 해서 오히려 네가 소리를 잘 듣는다게 잘못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오히려 소리를 잘 듣는 네 특징을 이용해서 거북이 마을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수도 있을거야."
할아버지의 말씀은 나의 잘못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고, 늘 토끼처럼 되라고 다그치던 나를 잠시 멈추게 만들었다.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둔 적이 있던가?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 학습에 관련이 없다면 하지 못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남과 비교하여 늘 자극을 주려했던(내 자신도 남과 비교하면 싫어하면서도)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눈여겨보라. 아이의 장점을 보라. 토끼가, 다른 거북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의 장점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아이를 재촉하지 말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라고 내게 일깨워준다.